서동진 화백 30년대 작품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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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팔레트 속의 자화상' .낡은 그림치고는 참 새롭다.

70년 작고한 서동진 화백의 1930년대 추정 작품이라고 말하고 나면 사정은 더하다.

버려야 할 낡은 팔레트 윗뚜껑 안쪽에 자신의 얼굴을 담을 발상을 했다는 사실 말이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 미술애호가들은 예외없이 그 그림 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서동진이 누굴까" 라는 의문과 함께…. 그는 1900년생으로 대구에서 수채화로 명성을 떨쳤던 소위 '물의 화가' 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냥 개인소장으로 남아있었다면 일반인의 이런 기억 되살리기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미술품의 사회화 얘기가 나온다. 정준모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작품 구입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기획전에 잠시 빌려오기도 쉽지 않다. 소장가들이 내놓으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 미술사에 중요한 작품들이 그냥 잊혀져 간다. "

한해 20억원도 채 안되는 작품구입 예산으로 외국의 유명작가 작품 2~3점만 구입하면 끝이다.

국내 의미있는 작품의 경우도 소장가들이 원하는 가격을 다 쳐주고 구입하기란 어렵다.

이런 가운데서도 현대미술관은 최근 2년간 40여점의 작품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김인승.변시지.송혜수.김용주 등 작품도 들어있다.

화가들의 작품이 단순히 유족이나 개인소장가들의 손에 있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미술품의 사회화는 더 절실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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