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도전기 2국' 이창호의 초반 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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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2국
[제1보 (1~22)]
黑.이세돌 9단 白.이창호 9단

역시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쥬라기공원'이 실패했던 것처럼 제주도의 1국은 완벽한 수비를 도모하던 이창호9단의 실패를 보여준다. 어디엔가 존재하는 티끌 같은 빈틈 하나가 진로를 어긋나게 만든다.

나흘 뒤인 7월 20일, 그러니까 제주도에서의 흥분과 열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2국이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이세돌9단은 여전히 덥수룩한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만 살아있는 야생의 모습으로 판 앞에 앉았다.

"포석 구상을 미리 하지는 않아요. 판 앞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편이지요." 이세돌은 자신의 스타일을 이렇게 진단한다. 즉흥이라.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어떤 예도적인 감흥에 따라 직감적으로 길을 정한다는 뜻인가.

이창호는 A의 날일자 대신 8로 협공하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A의 날일자는 예전엔 동네의 바둑꾼들조차 비겁하게 느낄 정도로 수비적인 수였다. 하지만 이창호가 승승장구하면서 이 수는 프로세계에서도 최고의 인기품목으로 변했다. 한데 오늘은 이창호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대신 전투의 한 수를 들고 나왔다.

이에 맞서듯 이세돌 역시 13, 15의 절단으로 일찍부터 싸움을 건다. 그런데 이창호가 돌연 20, 22로 몰아붙인다. 검토실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축이다! 이세돌이 축을 까먹은 것 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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