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등 외래 꽃품종에 로열티 부과 움직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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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종자 (種子) 전쟁' . 최근 외국기업들이 국내 종묘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내 종자시장을 휩쓴데 이어 독일.일본 등이 장미 등 외래 꽃 품종에 대해 로열티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내 화훼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종자시장은 97년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서울종묘를 인수한 것을 비롯, 지난 6월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미국 세미니스가 전격 인수해 이미 70%이상을 외국기업들이 장악한 상태. 특히 채소씨앗의 경우 44%를 외국회사가 차지하고있어 우리 농업의 근간이 되는 각종 종자의 외래종속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표적인 화훼 수출품인 장미마저 선진국의 로열티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8일 농림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유력 육종회사인 '게이세이 장미원' 은 최근 한국내 장미재배 농가들과의 장미 1주당 80~1백엔선의 로열티 협상을 추진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육종회사들은 최근 개정된 신종묘법을 근거로 앞으로 로열티를 지급하지않는 한국산 장미에 대해 자국내 도매시장 상장을 막는등 제재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있어 자칫 한일간의 '장미전쟁' 으로 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장미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 4만8천달러의 장미를 수출한데 이어 올들어서는 환율인상에 힘입어 9월까지 2백만달러에 육박해 해외화훼업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일본측은 "80년대이후 국내에 수입된 롯데로즈.리틀마블 등 신품종에 대해 그동안 한국 화훼농가들이 장미묘목을 수입한 뒤 접목등 무단번식으로 대량 재배해 역수출해왔다" 며 로열티 부과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종묘회사인 코르데스사는 이미 지난 9월 한국화훼협회와 장기협상을 벌인 끝에 로열티 부과에 합의했다.

사샤.산드리나.메르세데스 등 국내에 상표권을 출원한 12개 신품종의 장미꽃에 대해 빠르면 내년부터 로열티를 부과키로 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개별농가와의 협상과 실사등을 통해 확정키로 했다.

그러나 코르데스사가 1주당 1달러씩의 로열티를 요구함에 따라 화훼농들은 이같은 로열티를 물게될 경우 장미 한송이당 15원정도의 추가 비용부담이 생겨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종자를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인정해야한다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 특히 내달에는 일본등 32개국이 참여하는 식물신품종보호연맹 (UPOV)에서 무단 증식된 농산물에 대한 수입금지와 배상청구 등을 규정한 신품종 보호협약이 발효되며 우리나라도 내년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장미 뿐 아니라 딸기.국화 등 외국산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 행사는 더욱 거세게 일어날 전망이어서 로열티 분할 납부.국산 종자 개발등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화훼협회 양두선 (梁斗善) 상무는 "일부 외국기업들은 국내 현실을 무시한채 터무니없는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하고있다" 며 "세계적인 움직임을 거스를순 없지만 국내 화훼농가의 피해를 줄이기위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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