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저소득 직장주부 잡기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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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중간선거 최대 변수로 '웨이트리스 맘 (waitress mom)' 이 등장했다.

'웨이트리스 맘' 이란 식당에서 일하는 주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높지 않은 직장에서라도 일을 해야 애들을 키우고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고달픈 주부' 를 지칭한다.

대부분 백인으로 50세 이하의 고졸 학력을 가진 주부들이다.

새벽 출근길에 애들을 친정에 맡겨야만 하는 이들은 한마디로 인생살이에 지친 계층. 의료보험.세금.교육 등에 관한 것 말고는 선거를 생각하기도 귀찮아 한다.

특별한 이슈도 없고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중간선거의 성격을 규정할 대표집단으로 꼽힌 '웨이트리스 맘' 들은 말하자면 '분노한 백인 남성' '사커 맘 (아이들을 축구장에 데려갈 만큼 생활에 여유가 있고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전업주부)' 의 뒤를 이어 요즘 사회상을 반영하는 집단이다.

'분노한 백인 남성' 은 92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초선 (初選) 을, '사커 맘' 은 96년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에 강한 영향을 준 대표집단으로 꼽힌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초까지 계속된 미국의 대규모 다운사이징에 지치고 분노한 백인 남성들은 부시 대통령의 정권을 클린턴에게 넘겨줬다.

이후 경제가 좋아지자 '사커 맘' 들이 낙태.교육.가정.육아 등 자신들의 의제를 이슈화해 클린턴 재선에 영향을 미쳤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웨이트리스 맘' 이 이번 중간선거를 규정하리라는 것이다.

'웨이트리스 맘' 에 처음 주목한 이는 민주당의 선거 조사.전략가인 셀린다 레이크. 96년 처음 '웨이트리스 맘' 을 거론하기 시작한 그녀는 "이번 선거는 '사커 맘' 들의 한 단계 아래 계층이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한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 '웨이트리스 맘' 들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애가 닳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민주.공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매우 낮다.

투표할 시간이 있으면 집에서 쉬겠다는 쪽이다.

기본적으로 민주당 지지세력이지만 대부분 고졸 학력인 이들은 나름대로 생각하는 능력도 만만치 않아 섹스 스캔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공화당의 댄 퀘일 전부통령은 최근 인디애나주 지원유세에서 "세금 경감을 추진하는 공화당이야말로 '웨이트리스 맘' 들의 진정한 친구" 라고 강조했는가 하면 공화당의 선거광고도 교육 등 이들의 구미에 맞는 이슈를 적극 다루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선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에게 크게 기대고 있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속에서 오히려 지지도가 올라간 힐러리는 최근 '웨이트리스 맘' 들을 겨냥,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2백만통의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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