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재방북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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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7일 재방북길에 오른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은 당초 예정보다 30분정도 늦은 오전 8시30분 임진각 근처에 마련된 환영인사장에 도착. 차에서 내린 그는 환송나온 실향민.현대직원.가족 등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鄭명예회장은 임시로 마련된 간이연단에 올라 현대직원 및 실향민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연단 옆에 미리 준비된 통일소 한 마리의 목에 걸린 밧줄을 끌고 소를 몰며 북한 방문을 상징하는 간단한 의례를 치렀다.

○…鄭명예회장 일행은 이어 오전 9시26분쯤 다이너스티 승용차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의 집에 도착.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귀빈실로 들어온 鄭명예회장은 미리 준비된 '인사말' 을 낭독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인사말에서 "머지않아 온 국민이 안심하고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강조. 또 "이번 방문이 분단 50년의 긴 세월을 넘어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고 덧붙였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평양에 도착한 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고향에 가지 않고 계속 평양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소떼 5백1마리와 사료 85t을 실은 트럭 51대는 9시30분쯤부터 15분간 중립국감독위원회 북측 경비병 휴게실 오른쪽 길을 통해 북측에 인계됐다.

소떼를 싣고 온 현대직원들은 북측이 제공한 선물을 나누어 중감위 사무실

군사정전위 사무실 사잇길을 통해 남쪽 지역으로 돌아왔다.

현대측 운전기사들은 북측으로부터 백두산 들쭉술.인삼곡주.붉은별 담배 (낙원.공작담배 등) 를 선물로 받았고, 현대측은 북측 안내요원 3명에게 문배주.안동소주.시나브로 담배 한 상자 등을 전달.

○…鄭명예회장과 함께 방북길에 오른 정몽헌 (鄭夢憲) 현대회장은 금강산지역 단독개발권 획득을 위해 북한과 금강산종합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할 것임을 시사해 눈길.

鄭회장은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지불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 9억달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보험 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며 "이면계약은 없다" 고 강조.

현대그룹은 이에 앞서 "북한과 금강산종합개발사업에 대해 협의중" 이라며 "鄭명예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최종합의에 이르면 이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鄭명예회장은 오전 6시10분쯤 서울청운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고향 가는 꿈을 꿨다" 고 환한 미소를 지었으나 김정일 (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고 즉답을 회피.

한편 매제인 김영주 (金永柱) 한국프랜지회장과 정희영 (鄭熙永) 씨 부부가 鄭명예회장과 함께 방북, 고향 통천을 찾기로 함에 따라 鄭명예회장의 형제중 정인영 (鄭仁永) 한라그룹 명예회장을 빼고 모두 고향을 다녀오는 셈이 됐다.

○…이날 임진각 환송식장에서 鄭명예회장의 손에 이끌려 북한행 트럭에 오른 선도 소는 4년9개월된 암소로 임신 7개월째로 다음달말 북한에서 출산할 예정이라고 수의사 김영삼 (金榮三.34) 씨가 귀띔.

金씨는 "잘 생긴데다 순해 보여 선도 소로 골랐다" 며 통일의 염원을 표현할 때 흔히 인용되는 '철마 (鐵馬) 는 달리고 싶다' 는 말에서 따 이름을 '철우 (鐵牛)' 로 지었다고 소개.

소를 5백1마리로 정한 것은 앞으로 계속 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김진원.이영종.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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