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의 비밀…살보다 내장에 항암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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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삭힌 홍어를 별미로 꼽는 사람이 많다. 거기에 익은 배추 김치와 삶은 삼겹살을 함께 먹은 뒤 탁주 한 사발을 곁들이면 더욱 맛을 더한다.

그러나 홍어는 살보다는 간(애) 등 내장이 항균.항암 효과가 뛰어나고, 몸에 좋은 각종 단백질이 더 많다. 여수대 생명화학공학과 임현수 교수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다. 이는 한국과학재단이 뽑은 '2004년 우수 연구 성과'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홍어를 삭힌 정도별.부위별로 구분한 뒤 암모니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대장균과 암세포에 홍어 삶은 물을 넣었을 때 얼마나 항균.항암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보통 홍어를 많이 삭혔을 때는 강 알칼리성으로 웬만한 병원성 잡균이 살지 못한다. 삭는 것도 김치와는 다르다. 김치는 유산균의 활동으로 시어지지만, 홍어는 살.뼈 등 조직 속에 있는 효소의 작용으로 삭는 것이다.

홍어횟집에서 주로 먹는 살 부위를 삶은 물은 살균 효과가 거의 없었다. 내장은 8일째 삭힌 것을 넣었을 때 대장균의 43%가 죽었다. 항암효과는 살이나 내장이 다 높았다. 살은 삭힌지 8일째 된 것이 53%의 암세포를, 내장은 10일째 된 것이 58%의 암세포를 죽였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물질인 ACE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와 항산화 효능은 삭히지 않은 것이 높았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은 암모니아가 만든다. 홍어는 바닷속에서 삼투압을 암모니아로 조절하는 데 삭힐 경우 그 암모니아가 살.뼈 등 조직에서 빠져 나온다.

임 교수는 "보통 삭히려면 섭씨 10도에서는 5일 정도, 섭씨 20도에서는 4일 정도면 좋다"며 "최적 숙성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은 섭씨 10도에서 이틀간, 섭씨 20도에서는 12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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