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중무장 해적이 날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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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의 바다 곳곳에서 아직도 해적들이 판을 치고 있다.

첨단무기로 중무장한 해적들은 전자제품 등 기존의 약탈대상은 물론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제난으로 암시장 수요가 늘어난 디젤유.중유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선원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는 고전적 수법도 여전히 횡행중이다.

◇ 실태 =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해사기구 (IMO) 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에서 해적의 선박습격 사건이 1백43차례 발생했다.

해적출몰은 95년 1백26건, 96년 2백59건, 97년 2백9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각국 주변해역의 소규모 해적행위를 합치면 피해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적떼는 흑해.남중국해 등 근해는 물론 인도양.남아프리카해.남아메리카해 등 먼바다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약탈후 피해선박의 선원들을 엔진을 뜯어낸 배에 그대로 묶어 방치하거나 심지어 바다에 수장시키기까지 한다.

싱가포르 페트로십사의 페트로레인저호는 지난 4월 1백50만달러 상당의 경유와 등유를 싣고 베트남 호치민시로 가다 남중국해에서 해적을 만났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호주 등 4개국의 해운당국과 해.공군이 동원돼 수색했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

홍콩특구 행정장관 둥젠화 (董建華)가 경영하는 OOCL 연합사 소속 컨테이너선도 지난 2월 마닐라로 항해하던 중 로켓포와 4대의 쾌속선으로 무장한 해적단으로부터 20일 간격으로 두차례나 공격을 받았으나 간신히 피해 달아났다.

해적들은 쾌속선에 총.포와 각종 흉기, 전자봉.무전기를 갖추고 있으며 목표선박이 출항지에서 선적한 화물의 명세서를 사전에 알아내는 정보망까지 확보하고 있다.

◇ 각국 대책 =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3개국 정부는 지난해 공동으로 해양경찰을 창설, 주변해역 감시에 나섰다.

덕분에 남중국해에서의 피습사건은 96년 1백33건에서 97년에는 1백9건으로 약간 줄어들었다.

그러나 해적들이 주무대로 삼고 있는 공해상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세계 선박의 안전운항을 담당하는 IMO도 고심하고 있다.

IMO는 지난 92년 10개국 전문가들로 '특수 조사팀' 을 구성해 해적떼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무대가 워낙 넓어 구체적인 숫자나 조직, 근거지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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