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설 '나폴레옹'작가 막스 갈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나폴레옹' 의 바람이 거세게 쓸고 간 프랑스 파리. 며칠째 흐린 날씨, 주적주적 가을비가 그치지 않는다.

숱한 영웅들이 지나간 파리에 날씨조차 새 영웅을 기다림인가.

시내 중심가, 앙드레 말로가 마지막으로 묻혔다는 웅장한 석조건물 '팡테옹' 이 내려다 보이는 막스 갈로 (66) 의 서재에서 그를 만났다.

막스 갈로는 프랑스 진보적 지식인으로 역사학자이자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 지의 논설위원 그리고 미테랑 대통령시절 엘리제궁 대변인과 니스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제 정치.언론에서 떠나 소설 쓰기에 진력하고 있는 갈로는 지난해 출간한 소설 '나폴레옹' 이 프랑스에서만 3백만부가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면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 소설가로 자리잡은 인물. 최근 국내에서도 '나폴레옹' 5권이 문학동네에서 완간됐다.

"나폴레옹을 20여년간 연구하며 진정 나폴레옹을 사랑하게 됐어요. 이 점은 개인적 취향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프랑스와 한국에서의 영웅바람은 나타날 때가 됐는데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안타까움이 영웅을 찾게 만드는 지도 모릅니다. "

그러면서 갈로는 오늘날 침체돼 가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권에 대해 나폴레옹의 '에너지론' 을 적용시킨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도달했던 나폴레옹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간 에너지의 본보기라는 것. 이 에너지는 곧 창조적인 개인의 역사일 뿐 아니라 인류 역사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가 정의하는 영웅이라는 것도 바로 '시대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자' 다.

마치 그의 이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백전백승의 신화를 남긴 우리의 '이순신론' 에 비유할만 하다.

그는 지금까지 60여권의 책을 썼을 만큼 정력적인 창작욕을 보이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역사란 생산력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역사를 바꾸는 것은 인간의 생산물이 아니라 바로 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역사.전기소설은 그래서 그 중요성을 가집니다. "

인터뷰 도중 굵은 시거를 내내 손에서 놓지 않는 막스 갈로. 정치가나 역사학자보다 소설가로 남고 싶다는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한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을 믿고 그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무엇보다 먼저 당신 속에 있는 당신 자신을 발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

현재 소설 나폴레옹은 독일.스웨덴.덴마크 등 10개국어로 번역됐으며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의 방송공동 제작팀이 TV 미니시리즈물을 준비하고 있다.

파리 =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