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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쉰다섯에 재롱둥이 딸 얻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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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솔직히 말해 시청률을 의식하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우리 가정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네요."

SBS-TV '일요일이 좋다-사랑의 위탁모'의 제작 총책을 맡고 있는 장동욱(55) 예능총괄국장. 그는 최근 7개월 된 딸 다나를 입양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다 자신까지 감화.감동돼 얻어낸 귀중한 사랑의 열매다.

'사랑의…'는 인기 연예인들이 입양 직전의 아이들을 2주 동안 맡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살을 부대끼면서 사랑이 싹트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동안 전도연.엄정화.김윤진씨 등이 위탁모가 돼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지난 3월부터 '사랑의…'가 방영되면서 장 국장 집도 술렁거렸다. 자신들도 가엾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잠깐이나마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외아들(20)을 유학보내고 적적하던 부인 서영혜(46)씨가 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장 국장 부부는 위탁모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사랑의…' 방영 이후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장 국장이 '사랑의…'코너를 만든 것은 30~40대를 TV 앞으로 끌어당기기 위해서였다. '입양'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것이 모험이기도 했지만 "오락 프로그램도 감동이 없으면 시청자들이 외면한다"는 판단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톱스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루를 쪼개 쓰는 톱스타들로서는 2주 동안 아이에게 매여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 한편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高)출연료 시대에 400만원 정도인 사례비도 너무 적었다.

장 국장은 "첫번째 위탁모가 돼 준 전도연씨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채 돌이 안된 아이의 천사 같은 미소와 외국으로 입양돼 떠나는 아기를 내주며 펑펑 눈물을 쏟는 전도연씨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전국에 위탁모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장 국장 부부는 위탁모를 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입양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그래서 지난달 전남 나주 이화영아원을 방문해 다나를 데려왔다. 처음엔 불안해서인지 툭하면 울던 다나는 이제 배밀이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롱을 떨고 있다. 장 국장은 "매일같이 허리 아프다고 타령을 늘어놓던 아내가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활기가 넘친다"고 말한다.

장 국장은 "'사랑의…'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아이를 서너명씩 입양한 외국인들을 만나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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