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리 없는 베트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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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일 탈북자 468명이 지난주 집단으로 한국에 입국한 것과 관련해 베트남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외무성 대변인이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베트남이 이번 사건에 공모해 나선 것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목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언론이 베트남과 북한 측의 입장을 고려해 탈북자를 인도한 나라를 '동남아의 한 국가'로 표기해 왔지만 북한이 먼저 공개해 버렸다.

당장의 관심은 북한이 한국을 거쳐갈 베트남산 쌀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에 주기로 한 40만t의 쌀 가운데 육로로 이미 북송 중인 국산 쌀 10만t 외에 30만t은 베트남과 태국에서 구입해 주기로 했다.

베트남과는 현재 쌀 10만t의 구매 절차가 진행 중이며, 곧 선박 편으로 북한 항구로 수송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급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대북 지원 쌀은 예정대로 수송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베트남을 극렬하게 비난한 북한이 그곳에서 가져온 쌀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문제다. 북한이 베트남을 거명한 것은 관계 악화의 부담을 안더라도 탈북자 처리 문제를 따지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베트남이 저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국가들 사이의 초보적인 의리와 도덕마저 저버리는 신의 없는 행동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했다"고 주장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자는 "이번 비난은 탈북자가 체류 중인 동남아 다른 국가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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