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섬유 석면]외국 규제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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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의 석면 관리 수준은 선진국과의 경제력 격차 이상으로 낙후돼 있다.

미국.일본 등의 경우 일찍이 70년대초 석면이 1% 이상 들어간 건축자재의 사용을 금지했고, 지난해 1월엔 프랑스가 독일.이탈리아 등에 이어 유럽연합 (EU)에서 8번째로 석면의 생산.수입.판매를 불법화했다.

프랑스에선 72년 완공된 파리 6, 7대학 건물이 석면에 오염돼 교직원 12명이 폐암 등으로 숨졌다는 주장이 96년 일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지시로 무려 10억프랑 (약 2천5백억원) 을 들여 건물을 곧바로 철거, 재시공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이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지시, "연간 2천명 정도가 석면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는 보고서가 나오자 97년부터 석면사용을 전면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이같은 석면파동은 "드러난 적은 수의 직업.환경성 환자는 그 밑에 거대한 빙산이 잠겨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라는 산업의학계의 금언을 일깨워준다.

우리나라는 우선 생산현장 관리기준부터 까마득하게 뒤처져 있다.

석면제품 공장 근로자들의 안전관리를 위해 도입된 석면공장내 석면먼지 허용치는 우리나라가 공기 1㏄당 2개 (76년 제정) 인데 비해 미국은 0.1개에 불과하다.

우리 기준이 미국보다 무려 20배나 느슨한 셈이다.

폐기물 처리도 엉망이다.

미국은 석면폐기물을 당장 비닐로 밀봉한 다음 드럼통에 넣어 매립토록 하고 있지만 국내 석면공장 폐기물은 공장 근처에 함부로 야적돼 장시간 방치되기 일쑤임이 이번 취재로 확인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산업계에 대한 충격을 감안해 석면 사용을 일거에 줄일 수 없다면 선진국처럼 석면의 생산.유통 관리나 건물에 쓰인 석면제품의 환경관리라도 당장 강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특히 석면재료가 많이 쓰인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을 허물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미국.프랑스 등지에선 석면자재가 들어간 건물을 해체 또는 수리할 때 건물이나 작업장 전체를 여러겹 비닐로 밀봉하는 것은 물론 산소마스크가 달린 방호복을 입고 작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슬레이트나 단열재 등으로 석면제품이 쓰인 주택이나 아파트를 수리할 때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물을 뿌리거나 최소한 마스크를 써서 석면 먼지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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