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조조정]주한 외국기업인 초청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한국의 구조조정과 개혁은 항구적이어야 한다"

15일 한미경영원 (KABI) 이 마련한 '외국기업인이 본 한국경제 구조조정' 좌담회의 메시지였다.

"한국이 잘 돼야 우리 (외국기업) 도 잘된다" 며 한국경제의 진정한 변신을 기원하는 이들이 평가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 개혁 얘기를 들어본다.

[참석자]

▶존 보나치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회계법인) 고문

▶마이클 글라스고 지멘스.웨스팅하우스 한국법인 사장

▶장우주 한미경영원 회장

▶사회 김정수 전문위원

- 한국에서 수년간 활동해 온 사람들로서, 작년 위기전과 후에 변한 경영관행이나 정책을 지적한다면.

보나치 고문 : "가장 뚜렷한 변화는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참여를 원하게 된 것이다.위기전에도 말로는 외국인참여를 얘기했지만 실제거래는 딴판이었다.이제는 그렇지 않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부문도 외국기업의 참여를 진정으로 바라는 것 같다. "

글라스고우 사장 : "개방과 민영화 두 측면에서 2 - 3년전부터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

보나치 : "개혁과 구조조정에 관한 한국의 업적은 높히 평가돼야 한다.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은 다른 아시아경제와 비교하면 더 돋보인다. "

- 개방도 하고 또 외자도입을 원하고 있는데, 외국 민간자본은 그다지 들어오지 않는다.

보나치 : "상당한 규모의 외자도입이 있었다. 또 지금 정부와 민간부문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개혁은 외자도입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외자도입이 부진한 이유는 구조조정 등 변화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한국기업이 팔려고 내놓은 자산이나 기업의 값과, 외국인투자자가 생각하는 '기업가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그 이견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

글라스고우 : "외자나 외국인투자에 관해 한국이 다른 아시아국가와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위기전의 연구이긴 하지만, 한국이 외국인투자여건 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뒤진다는 결과가 있었다. 한국처럼 다른 나라도 외국인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다.외자유치에 성공하려면 그만큼 다른나라보다 더 폭넓게 또 더 신속히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또 제도가 개선돼도 외자유치가 실행되는데는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그래서 투자자유화와 개방에도 불구하고 외자유치가 부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 경기후퇴가 진정되면 자산가치 하락도 멈춘다고 한다.그렇게 되면 외국인들이 싸게 한국의 자산을 취득할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보나치 : "한동안은 자산가치의 하락이 멈출 것 같지 않다.또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자산거래가 성사되는데는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다. 자산을 취득할때 외국인들이 고려하는 개념들, 예를 들면 투자수익률, 자산수익률, 주식지분의 가치 등에 대해 한국기업인들이 관심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

- 금융 1차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이제는 기업, 특히 재벌의 구조조정에 정부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글라스고우 : "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어떤 정책목표로 정할 수는 있지만, 구조조정이 득이 된다고 기업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는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 재벌들이 정부가 얘기하는 빅딜.워크아웃 등이 득이 된다고 보고 있을까.

글라스고우 : "대답할 수 없다. "

보나치 : "우리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해결되는 소위 '자유시장경제체제' 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국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또 기업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원하는 정부의 바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정부는 뒤로 물러서서 시장에 의한 해결을 기다려야 한다. "

- 기업이 정부가 시키는데로 하지 않으면 '대출을 끊는다' 고 한다.

글라스고우 : "구조조정 신속히 해야겠다는 사회적 압력때문에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이해된다.또 주요부문이 안고있는 과잉공급의 문제가 분명한 이상 공급능력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정부가 기업에게 인수.합병 등을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핵심은 시장을 통한 해결이다.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시장경제를 통한 구조조정이다. "

- 한국경제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글라스고우 : "한국이 언제 불황에서 벗어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는가가 중요하다.그만큼 한국경제의 회복이 세계경기가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이런 관점에서 한국경제의 회복은 적어도 향후 1년이상 걸린다고 봐야 할 것이다.6개월후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 않다. "

보나치 : "비슷한 생각이다.경기가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려면 적어도 2 - 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우리도 한국이 한시바삐 불황을 벗어났으면 한다.한국이 잘돼야 우리 영업도 잘되는 것 아니냐.그러나 구조조정이 경기회복으로 나타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미국의 구조조정은 십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지금은 경기가 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바닥에서 2 - 3년을 머문다는 얘기다. 관련해 한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면, 한국의 최근 변화가 '진정한 변화' 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정이 좀 나아지면 다시 '본래의 한국' 으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외국인들 사이에 아직도 남아있다.한국의 개혁과 변화가 진심에서 추진되는 것이고 또 항구적이어야 한다. "

- 외국투자자들이 기아처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보나치 : "많은 외국투자자들이 기아입찰을 정부정책의 시금석으로 인식하고 있다.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 고용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가, 입찰관련 절차가 적법하고 투명한가, 외국기업.국내기업이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가 등과 관련해 기아입찰은 외국투자가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