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몰리는 쌍용차 직원들 “이러다 모두 죽는 건 아닌지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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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직원 A씨(37)는 정리해고 대상이 아니지만 회사에 나가진 않는다. 지난해 12월 목을 다쳐 7개월을 쉬게 됐다. 지난달 31일이 복직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자 불안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복직 예정일보다 며칠 먼저 의사에게 진단서를 떼 회사에 찾아갔다. 하지만 회사는 “일단 연락을 기다리라”고만 했다.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휴직 기간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월급의 70%를 받아 생활했다. 이번 달부터는 수입이 ‘제로’가 됐다. 아홉, 열 살 남매도 다니던 학원을 그만뒀다. 그는 “언제 출근할 수 있을지 너무 답답하다”며 “이러다 모두가 죽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의 출근을 막고 있는 노조원의 공장 점거에 대해 그는 “그들의 절박함을 잘 안다. 하지만 노조의 방법이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가 자기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친구 중에도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이 있다. 그는 친구가 도장공장을 나오길 바란다. 이틀 전에는 어렵사리 통화도 됐다. “협상이 결렬됐으니 빨리 나오라”는 그의 말에 친구는 “죽을 때까지 여기 있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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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문제는 직원들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20년 넘게 쌍용맨으로 살아온 B씨(52). 그는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20~50%를 받았을 뿐이다. 아내(52)는 두 달 전부터 화장품 외판원으로 나간다.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해 나라도 나서야겠다”며 시작한 일이다. 그는 “쉰 살을 넘긴 아내가 낯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러 다니는 모습을 생각하면 애처롭고 미안하다”고 했다.

평택=장주영 기자, 김태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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