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실세금리 속락…곧 한자리수 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금리가 속속 떨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물론 금리 높기로 소문난 종합금융.증권.투자신탁회사의 수신금리도 12일 일제히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금융기관들은 돈 굴릴 곳이 없어 아우성이고 개인들은 돈 맡길 곳을 찾느라 분주하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금리가 내려갈 것인지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금리의 대세하락이 시작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런식으로 금리하락이 계속되면 일반 가계대출 금리도 월말쯤이면 본격적으로 내릴 전망이다.

◇ 왜 떨어지나 = 금융기관들이 돈 굴릴 곳이 없는 것이 금리하락의 주된 이유다.

올 들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에 대비해 정부의 자금지원 등으로 들어온 돈을 잔뜩 움켜쥐고만 있었다.

그러나 거액의 단기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놓은 금융기관들이 금리가 속락하자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면서 금리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부도위험이 큰 회사채 매입이나 기업대출은 줄이고 한국은행의 환매채나 통안증권 매입 등을 통해 자금을 운용해 왔다.

다소의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떼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금융기관간 콜금리가 6%대로 주저앉자 더 이상 돈을 굴릴 곳이 없어져 버렸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투신사의 단기수익증권 등에 남는 돈을 몰아주고 있다.

투신사 수익증권에는 10월 들어 9일까지 13조원의 돈이 들어왔다.

이는 하루평균 2조~3조원꼴로 사상 유례없는 액수다.

역시 마땅한 운용처가 없는 투신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채권매입에 나서고 있다.

5대그룹 등 우량회사채 물량이 달리자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신용등급 BBB이하 정크본드 (투자부적격) 회사채도 매입중이다.

최근 대림산업 2백50억원어치가 14.65%에 소화되고 동부제강 2백억원어치가 12.75%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15~18%의 금리에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던 것들이다.

◇ 얼마까지 떨어지나 = 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지난달 14일 13.2%에서 한 달만에 연 3%포인트 수직 하락해 12일에는 10.2%를 기록하면서 한 자릿수 진입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회사채수익률 한 자릿수는 지난 72년 수익률 고시 이후 사상처음이다.

또 종금사의 수신금리와 투신.증권사의 수익증권수익률도 12일 일제히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종금사의 대표상품인 90일짜리 어음관리계좌 (CMA) 의 수익률은 12일 연 9.9%로 떨어졌다.

30일짜리는 연 8.5%대까지 하락했다.

증권.투신사의 3개월미만 단기수익증권 수익률도 12일 현재 연 9.7%로 하락했다.

단기수익증권 수익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사상처음이다.

때문에 최근의 금리급락이 계속될 경우 실세금리의 한 자릿수 진입은 시간문제며 장기적으로는 연 7%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일투자신탁 조사분석팀 김지환 과장) .

◇ 기업.개인에 미치는 영향 = 금리하락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 준다.

증권거래소측은 상장기업의 경우 대출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연 3조원 정도의 이자경감 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리 급락기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재테크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장기확정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은 은행의 신종적립신탁이나 종금사의 자발어음 등 연 10%대 이상의 금융상품이 남아 있는 만큼 이들 상품에 장기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일은행 안홍찬 과장) . 주식이나 부동산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중론.

주식시장이 최근 급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투자는 위험성이 따르며 부동산시장은 기업 구조조정 매물압박으로 상승보다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