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원병오교수 '한눈으로 보는 한국의 새'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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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당신이 이름을 알고 있는 새를 꼽아본다면…. 참새.비둘기.까치.꿩.앵무새…. 아마 20개가 넘기 힘들 것. 평소 새에 관심이 있더라도 30개 이상은 무리이지 않을까. 그러면 가을 들판에서 볼 수 있는 새는? 9월 하순이 되면 논과 밭에는 꼬까참새.멧새.촉새.흰배멧새.힝둥새.솔새.휘파람새가 많이 보인다.

참새는 알겠는데 꼬까참새는 무엇?

전장 15㎝로 논과 밭.숲에 살며 잡초의 씨와 곤충을 먹고 사는 나그네새다.

시베리아에서 새끼를 기르고 겨울을 지낼 태국이나 미얀마까지 날아가며 수십만 마리가 우리나라를 지나간다.

도서출판 다른세상이 발간한 '생태환경지도' 시리즈 첫 권으로 나온 '한눈으로 보는 한국의 새' 에 소개된 내용이다.

저자는 국내 최고의 '새박사' 로 통하는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 미조 (迷鳥.태풍이나 바람에 길을 잃고 어쩌다 찾아온 새) 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새 3백25종을 총정리했다.

가장 큰 특징은 흔한 도감류.사전류의 구성을 탈피해 시리즈 제목 그대로 생태지도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 천연기념물.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텃새.여름새.겨울새.나그네새.지역별 분포 등 크게 7개의 주제로 나눠 이 땅에 사는 새의 모든 것을 14장의 지도로 엮어냈다.

지도 한 장 한 장을 가위로 떼내 벽에 붙이거나 밖에 들고 나가도록 꾸며 '살아있는 환경교과서' 구실을 하게끔 한 것. 소위 '포스터북' 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역별 분포현황은 이 책만이 가진 장점. 전국 72곳을 대표적으로 가려내 그 곳 새들의 서식처.번식지를 쉽게 찾아보도록 했다.

서울시내 5대궁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예컨대 서울 창덕궁에는 박새.노랑지빠귀 등 26종의 새가 사는 반면 덕수궁에는 까치와 황여새 정도가 눈에 띄고, 동물의 낙원인 철원에서 10~11월이 되면 세계적 희귀새인 재두루미를 볼 수 있다고. 때문에 주말.방학 등을 이용해 다녀오는 새 답사여행에도 훌륭한 안내서가 된다.

출판사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곤충.물고기.들꽃.나무.해양.갯벌편 등을 덧붙여 8권의 시리즈로 완간할 계획. 원병오 교수는 "자연생태를 지도로 나타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 이라며 "자연보호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새.나무 이름 하나 알아두는 것에서 비롯된다" 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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