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강남 2인조 양주털이 잡고 보니 부자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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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6일 오전 3시30분쯤, 영업이 끝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 등산용 배낭을 멘 남자 2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절단기로 출입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가 진열대와 창고에 보관 중이던 양주 700만원어치를 배낭에 챙겨 넣고는 사라졌다.

이 일대는 지난해부터 유흥업소만 골라 양주와 금품을 싹쓸이해 가는 절도범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대부분 유흥업소가 문을 닫는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새벽에 사건이 발생했다.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되지 않은 업소만 털려 경찰은 유흥업소 전문털이범의 소행으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범인은 찜질방을 전전하던 아버지와 아들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 김모(56)씨와 그의 아들(35)을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부자에게 양주를 구입한 황모(58)씨는 장물 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찜질방에서 생활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형과 함께 강남 일대 술집에서 양주를 훔쳤다고 한다. 그러다 2007년 7월 형이 경찰에 붙잡히자 아들을 새 파트너로 삼았다. 이들 부자는 2007년 5월부터 최근까지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강남 일대 유흥주점에 들어가 양주를 등산용 배낭에 담아 나오는 수법으로 술집 21곳에서 896병의 양주(6700만원가량)를 훔친 혐의가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생계를 이어 갈 방법이 없자 처분이 쉬운 양주를 훔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부자는 양주를 판 돈 대부분을 찜질방 비용 등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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