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서 인력파견업체 사장된 이근홍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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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둥지를 털고 일어서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기는 더욱 그렇다.

인력파견업체 '나사' 의 이근홍 (李根弘.46.창원시사파동) 사장. 그는 그러나 내로라 하는 대기업그룹 부장자리를 훌훌 털고 나와 짭짤한 새 인생을 꾸리고 있다.

철저한 준비 끝에 창업을 성공으로 이룬 케이스다.

그는 97년 3월 창업 하루 전까지 에버랜드 영남사업팀장이었다.

그 전에는 삼성중공업 인사부장으로 '잘나가는 사람' 이었다.

95년 부장 최고호봉에 오르면서 그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3~4년내 임원이 되지 못하면 어쩌나. 임원이 돼도 안심할 수는 없지 않나.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그는 15년 동안 줄곧 인사부서에만 근무했다.

그래서 '회사 밖' 사정에 어두웠다.

무작정 인사부서를 떠나기로 했다.

영업 부서를 물색하다 기업체 단체급식과 부식공급을 맡고 있는 에버랜드 영남사업팀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영업에 눈 뜨고 장사 속을 배웠다.

"기업체 식당에 부식을 공급하면서 회사마다 식당운영에 골머리를 아파하는 것을 알게 됐죠. " 창원공단 내 1백여 기업체 식당을 상대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위탁할 곳이 있으면 맡기겠다는 곳이 많았다.

조리사 등 식당인력만 원하는 곳도 있었다.

"이거다. " 확신을 갖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갔다. 97년 2월말 진해 대동조선.창원 대림자동차 등 2개 회사의 식당 위탁운영 의사를 확인하고는 거침없이 사표를 던졌다.

회사생활 15년 만이었다.

창업자본은 은행에서 빌린 1억원. 사무실 임대료와 집기 등을 갖추는데 5천여만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남겼다.

나사는 요즘 5개 기업체에 2백여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조리사.컴퓨터 프로그래머.사무보조.단순 노무직 등을 보낸다.

창업 첫해인 97년 매출은 기껏 4천여만원. 하지만 올해는 16억여원의 매출이 무난하다.

은행 빚도 거의 다 갚았다. "철저한 준비 끝에 적은 자본으로 잘 아는 분야에 뛰어 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샐러리맨을 향한 그의 충고다.

창원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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