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시장 불안, 중국 재정 능력 등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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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호전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첫째 이유는 세계 각 나라의 곳간이 급속히 비어가고 있는 점이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미국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고, 중국은 2조 위안을 경기 살리기에 쏟아부었다. 한국도 수퍼추경까지 포함한 한 해 예산 257조7000억원 중 65%를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정부라고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순 없는 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31일 “막대한 미국 국채를 중국 등 해외투자자가 계속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대 매수자인 중국의 존재가 지난주 대규모 입찰에선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인 1조8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과 유럽 정부의 곳간 사정도 사상 최악이다. 한국 역시 여론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러 가지 증세를 모색할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유럽의 경기와 금융시장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최근 발표된 영국의 2분기 GDP는 시장의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결과를 내놓은 미국과 달리 아직 스트레스테스트조차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내놓는 9월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통계 조작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한 해 민간소비(1조5000억 달러)를 뛰어넘는 경기부양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경기회복보다 자산 거품이 먼저 나타나면서 ‘출구전략’ 논란이 거세지는 것도 변수다. 양극화 심화 등 정치적 부담을 견디지 못한 정부가 유동성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거품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회수하자니 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무한정 유동성을 공급하자니 재원 부족과 민간 소비를 대체하는 구축효과가 구조화될 게 걱정이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금융위기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으며 세계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킬 ‘최후의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경고했다. 트레디션캐피털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벤 할리버튼은 “누군가의 비용 절감이 다른 사람에겐 직업을 잃는 것”이라며 “정리해고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이 소비 침체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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