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태풍피해로 쓰러진채 방치된 벼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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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남영암군신북면월지리 김기환 (65) 씨는 태풍 '얘니' 로 쓰러진 벼를 추석을 쇠러온 자식들이 일으켜 세워주겠다는 것을 말렸다.

4천여평의 벼가 거의 모두 넘어져 하루 이틀 일로는 안 되고 묶어 세우면 수확 때 다시 풀어줘야 한다.

때문에 소출이 줄고 쌀의 질이 나빠지리라 생각하면 속이 타지만 그냥 놓아두기로 한 것. 농민들이 쓰러진 벼를 세우는 작업을 아예 포기하는가 하면 조기수확도 농기계.일손 부족으로 못하면서 애만 태우고 있다.

전남도는 태풍으로 벼 13만㏊가 쓰러지자 추석날만 빼곤 연휴 때 공무원.군인.전경 등을 지원해 벼 세우기를 도왔다.

또 농민들이 추석을 맞아 귀향한 자녀들을 데리고 자구노력을 해줄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너무 많이 쓰러져 엄두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으켜 세우다보면 알곡이 떨어져 실익이 거의 없다며 포기, 추석 연휴 동안 벼를 세우는 농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예 일찍 베어버리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

전남화순군한천면모산리 김준진 (71) 씨는 1천여평의 벼가 좀 덜 익긴 했지만 그냥 베기로 했지만, 콤바인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콤바인이 마을에 2대뿐인데 사람들이 너도나도 베어달라고 덤벼 자신의 논은 언제나 벨 수 있을지 모르는 형편이다.

쓰러진 나락에서는 벌써 싹이 나기 시작했는데 낫으로 베자니 일손을 모으기가 어렵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전남도 농산유통과 윤하식 (49) 씨는 "콤바인이 도내에 1만2천여대나 있지만 일은 한꺼번에 몰리고 벼가 쓰러지고 땅이 질척해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바람에 벼베기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남도는 6일까지 태풍 피해 논 13만㏊가운데 4만2천㏊는 벼베기, 1만8천㏊는 벼 세우기가 끝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한편 기상예보대로 광주.전남지역에 비가 더 내리면 쓰러진 채 방치 중인 벼의 수확량 감소와 쌀의 질 저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광주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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