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삼성하우젠컵에서 3승3무로 단독 2위다. 선두 전북 현대(4승3패)와 승점(12점)은 같지만 승수에서 뒤진 상태다. 그렇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른 데다 골득실에서는 앞서고 있어 추월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차 감독은 올해 팀을 맡으면서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추구하는 축구는 '체력을 앞세운 강력한 압박'(수비), '측면 공간을 활용한 빠른 전개'(미드필더), '찬스를 놓치지 않는 골 결정력'(공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차 감독은 K-리그 전기리그에서 호된 시련을 겪었다. 주전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경기당 실점이 1.33점인 '유리벽 수비'가 돼 버렸다. 전력상 약체로 분류된 팀들에도 번번이 덜미를 잡히곤 했다.
득점 공동 1위(19골)를 하고도 팀 순위는 4위에 그쳤다. 차 감독 본인도 10년 만에 돌아온 K-리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컵 대회에서 달라졌다. 조성환.이병근.김진우 등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했고, 아르헨티나 출신 무사를 영입하면서 중앙수비가 견고해졌다.
차붐 축구의 특징인 '파워+스피드'가 팀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신예 수비수 곽희주.손대호는 강한 체력과 근성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베테랑 미드필더 최성용과 서정원은 스피드와 기동력을 앞세운 측면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주로 측면 공격을 맡았던 '총알 탄 사나이' 김대의가 중앙에서 공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대표 출신 마르셀.나드손 투톱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수원은 최근 홈 6연승에다가 경기당 2.67골을 넣는 무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1-0으로 꺾은 자신감도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다.
그러나 아직도 너무 쉽게 골을 허용하는 문제가 있다. 차 감독이 고비에서 냉정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줄 수 있느냐도 지켜볼 일이다. 차 감독 주위에는 '이 호화 멤버로 우승 못하는 게 이상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