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상 최대 걸림돌은 강성 노조원 거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이 잠정 중단된 31일 오전 도장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이 공장 뒤쪽 공터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대화와 정회를 반복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평택=최승식 기자]

31일 오후까지 쌍용차 정문 앞에는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노조가 정상 조업을 주장하는 직원을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모습, 노조에 의해 파손된 사무실 모습, 이탈한 노조원에 대한 협박 문자 메시지 등이 적나라하게 찍힌 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지난달 30일 사측에서 붙여놓았다. 노사가 대화를 시작한 날이다. 사측 관계자는 “외부 사람들이 실상을 잘 모르면서 무조건 사측이 노조를 죽이려 한다고 해 실상을 보여주려고 붙여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어도 노조를 보는 사측의 시각은 곱지 않은 것이다.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쌍용차 노사 협상에서는 폭력 시위를 주도한 강성 노조원 처리 문제가 물밑 핵심 사안이다. 사측의 거부로 공식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으나, 노조 측은 지속적으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측은 노조 집행부와 외부 가담자 등을 상대로 1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해놓았으며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40여 명의 노조원을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가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만큼 협상 대상은 아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측과 비노조원들이 강성 노조원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반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직원은 “풀스윙으로 동료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그들을 눈앞에서 봤다”며 “더 이상 노조원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조원과 직원들 사이에 70일 넘게 생긴 감정은 700일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측으로선 노조가 일부 해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단순 가담자 위주로 복직을 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강성 노조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도 노조는 “사측이 협상에서 비용 절감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노조 무력화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강성 노조원들 역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복직된다 해도 사법 처리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재 580여 명의 노조원이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외부세력이 50여 명, 폭력 행위를 주도하고 있는 강성 노조원이 150여 명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 중 한상균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 28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강성 노조원 150여 명에 대해서는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강성 노조원 문제에 채권단이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강성 노조원들을 협력업체에 취업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 최병훈 사무총장은 “회사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본인들도 힘들어진다”며 “회사에 남는 것보단 협력업체로 오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또다시 그들이 파업을 펼친다면 우리도 살 수 없다”며 “협력업체에 취업한 노조원들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평택=장주영·이현택 기자, 김태호 인턴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