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 개그우먼 김미연,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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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음정, 박자를 무시하며 노래를 부르는 음치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우먼 김미연. 그녀가 싱글 앨범을 냈다. 웃자고 한 일이 아니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가수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꿈을 찾은 지난 2년 동안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얼굴을 보지 않아도 김미연(29)임 을 단박에 알 수 있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녀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목소 리로 MBC ‘코미디 하우스’의 ‘라이브의 여왕’ 코 너에서 음치 개그우먼으로 활약했다. 데뷔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MBC 연예대상의 신인상, 우수 상을 휩쓸 정도로 인기는 대단했다. 그녀의 노래 실력을 놓고 네티즌들은 ‘정말 음치다, 아니다’ 설전을 벌였고,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 음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음치가 음반을 냈다니, 선뜻 믿기 어려웠다.

“주변 분들마저도 제가 싱글 앨범을 만들었다고 하니까 이벤트성 앨범이나 행사용 앨범인 줄 아 세요. 작곡가들도 재미 삼아 곡을 써주겠다고 하 다가 제가 너무 진지하니까 놀라시더라고요. 하 지만 저 ‘진짜’ 가수로 데뷔하는 거 맞아요(웃음). 재기하기 위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생각 이에요.”

그녀가 이번 여름에 선보일 노래는 세미 디스코 리듬의 신나는 댄스곡. 그녀는 “허스키한 목소리 가 의외로 매력적이다. 하루빨리 무대에 서서 많 은 사람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며 설레 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재기’라고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라이브의 여왕’ 이후 이렇다 할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한동안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가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웃어 주셨지만, 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원래 제 꿈은 가수인데, 음치라는 설정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까요. 인기가 많아질수록 꿈에 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노래 도 영영 못 부를 것 같고…. 그래서 ‘내가 당 분간 보이지 않으면 음치라는 이미지가 사라 지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죠.”

음치는 설정, 2년 동안의 득음 과정…

코미디언에게 특이한 목소리는 좋은 개그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가수가 꿈인 그녀에게 는 콤플렉스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어 린 시절부터 줄곧 생각해 왔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 지 않았고, 가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 다. 천안에서 추어탕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 님 일을 도우면서 서울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러 다녔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부모 님께 “왜 요즘 딸이 텔레비전에 안 나오느냐 ”고 물을 때면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못 들 정도였단다. 하지만 부모님은 딸의 결정 을 끝까지 믿어주었고, 그 덕분에 그녀는 노 래 연습에 열중할 수 있었다. 걸걸한 목소리 를 트이게 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등산이었다.

“2년 동안 매일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복식 호흡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어요. 노래 연습을 하고 싶은데, 제 목소리로 아무 곳에 서나 소리를 지르면 신고가 들어오니까 산 에 올라가서 실컷 소리를 질렀죠. 그렇게 하 루도 빠짐없이 등산을 다니다 보니 ‘득음’ 하 게 됐어요(웃음).”

그녀는 “청계산을 자주 찾는 등산객이라면 한 번쯤 저를 보셨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 었다.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간 마 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 ‘가수로 컴 백하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었단다. 그녀를 응원해 주 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력 없이 외모로만 믿고 가수 하려고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렸다. 무대에 당당히 서기 위해선 노래 실 력을 갖추는 방법밖에 없었다.

“음반 준비를 하다 보니 노래가 정말 문제더 라고요. 음정이 불안했고 무엇보다 제가 음 이 높은지 낮은지 구별을 못했어요. 녹음할 때도 전 제대로 부른 것 같은데 들어보면 모 두 절대음인 거예요. 그래서 음정을 처음부 터 다시 익히는 등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 죠. 하지만 박자는 정말 잘 맞췄어요(웃음).”

어려서부터 리듬체조를 했던 그녀는 중학교 때까지 리듬체조 국가 대표 선수를 할 정도 로 실력이 있었다. 게다가 대학교에서는 무 용을 전공해 리듬감 하나는 자신 있었다.
“코미디언 시험을 보기 전에 MBC 무용단에 서 활동한 경험이 요즘 안무 연습하는 데 많 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솔직히 전 처음부터 코미디언이 될 생각이 없었어요. 무용단에 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개그 맨 시험을 봤는데, 1등을 하게 된 거죠. 그 길로 코미디언이 됐는데, 아이디어도 낼 줄 모르고, 웃길 줄도 모르고…. 날고 기는 동 료들 사이에서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배우기까지…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코미디언이 된 그녀 는 왕따 아닌 왕따로 지냈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이경실, 조혜련 등 대선배들을 졸졸 따라다 니면서 코미디를 배웠다. 그런 그녀의 가능 성을 일찍감치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현재 MBC 예능국장인 안우정씨다.

“안 국장님이 절 보자마자 ‘앞으로 인사할 때는 텀블링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당황스러웠지 만, 시키니까 할 수밖에요. 국장님을 볼 때 마다 텀블링을 하면서 인사를 했죠. 인사를 한 다음에는 너무 창피해서 화장실로 달려 가 울었어요. 그렇게 6개월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낯가림이 없어졌더라고요. 알고 보 니 국장님이 제 소심한 성격을 바꿔주려고 일부러 모질게 대하신 거였어요.”

그렇게 어렵게 코미디계에 뿌리를 내린 그 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또 매력적인 일인지 알았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내 꿈이지만, 본업은 ‘코 미디언’이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보냈 던 2년의 시간 동안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단다. 그녀는 “정말 인생 에 있어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이 남자 친구와의 결별 소식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교제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서로 부담을 느껴 헤어지게 됐어요. 사실 그는 제가 태어 나 처음 사귄 남자 친구예요. 그런데 ‘결혼 을 생각할 만큼 진지하게 만나다가 헤어졌 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앞으로 정말 제 인연을 만났을 때 오해를 사지 않을까 두 렵기도 해요. 하지만 다 제게 득이 되는 경 험이라 생각하고 이겨내야죠.”

서른 살이 되어서야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 복한 김미연. 당당히 맞서는 법을 배웠기에 이제 두렵다고 피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자 신의 꿈을 활짝 펼칠 일만 남았다.

취재_지희진(객원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장소협조_스노브(02-325-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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