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 1명 초청하려다 한국 간판골프대회 ‘반쪽’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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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월 둘째 주에는 남자 골프대회 2개가 동시에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전망이다. 하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KEB 인비테이셔널이고, 또 하나는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이다. 이에 따라 KPGA투어 소속 프로들은 2개 대회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2개 대회가 동시에 열리게 된 것은 한국오픈을 주최하는 코오롱 측이 뒤늦게 대회 일정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은 지난 5월 20일 KPGA에 공문을 보내 9월 둘째 주에 한국오픈을 열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KPGA는 올 1월 이미 올해 일정을 발표했고 여기에 따르면 9월 둘째 주엔 외환은행이 주최하는 KEB 인비테이셔널이 열리기로 돼 있었다.

코오롱 측은 “당초 10월 셋째 주에 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그 주엔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과 일정이 겹쳐 어쩔 수 없이 9월 둘째 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그러면서 미리 일정을 확정했던 외환은행 측에 일정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오롱 측이 굳이 KEB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시기에 대회를 열겠다고 한 것은 일본의 이시카와 료(19·사진) 등 해외 초청 선수들의 스케줄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KPGA 측의 주장이다. KPGA 박호윤 부장은 “일정이 겹치는 줄 알면서도 코오롱 측이 해외 스타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9월 둘째 주를 고집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래전에 티오프 시간을 정해놨는데 힘센 사람이 와서 비키라는 격”이라며 “여러 모로 노력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대회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시카와가 9월 둘째 주에 열리는 한국오픈에 출전함으로써 17주 연속 대회에 나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코오롱 스포츠마케팅팀 강위수 부장은 “파국을 막기 위해 외환은행 측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황당하면서도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프로골프 선수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도규(39) 프로는 “나중에 일정을 정한 한국오픈 측이 양보하는 게 맞다고 본다. 프로들 사이에는 특정 외국 선수를 위해 일정을 변경한 대회를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강경남(26) 프로도 “이시카와를 포함한 초청 선수 3명의 스케줄에 맞춰 대회 일정을 변경한 것은 140명이 넘는 국내 프로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대회 수도 적은데 2개 대회가 동시에 열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원만하게 일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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