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 펀드에 뭉칫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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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빠지는 게 있으면 차는 것도 있다. 요즘 펀드 시장의 형세가 그렇다. 증시가 상승할수록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의 환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돈이 새로 들어오는 펀드도 있다. 신규 자금은 특히 삼성그룹주 펀드 등 대형주 펀드와 중국·러시아·브라질 펀드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7200억원, 해외 주식형에서는 870억원의 자금이 각각 순유출됐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 1조7000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유출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4~5월에도 나타났었다. 역시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던 시점이다. 당시에는 연기금 등 기관자금이 들어있는 사모펀드에서 주로 자금이 빠졌다. 반면 최근 환매 움직임은 공모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 꾸준히 돈이 들어오던 적립식 펀드에서도 최근 환매가 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전달에 비해 120억원 줄었다. 적립식 펀드의 판매 잔액이 준 것은 2007년 4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김태룡 집합투자공시팀장은 “증시가 상승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환매가 느는 것은 그만큼 원금을 되찾은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는 1년 수익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30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18%를 기록했다. 해외 펀드는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느려 -14.35%에 머물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다만 새롭게 들어오는 자금도 많고, 주식시장 외에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 대량 환매 사태인 ‘펀드런’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요즘에도 뭉칫돈이 들어오는 펀드가 있다. 국내 주식형에서는 삼성그룹주 펀드 등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표적이다. 삼성투신 삼성그룹밸류인덱스의 경우 이달 설정액이 600억원 이상 늘었다. 업종 대표주에 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플래티늄랩 펀드, KB코리아엘리트20 펀드 등에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중소형주가 선전했다면 하반기는 대형주들이 주도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1등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이 부각될 수밖에 없고, 대형주 펀드의 강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펀드에서는 러시아·브라질 펀드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유가가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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