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에 '국제인증'은 필수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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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자동차 생산감소로 부품업체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지만 파워윈도용 레귤레이터를 생산하는 경북경주 광진상공 (대표 권영직) 은 국제인증 덕분에 시름을 덜고 있다.

지난 95년 미국 수출에 필수적인 QS - 9000인증을 획득, 지난해 제너럴모터스 (GM)에 8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 수출목표 (1천8백만달러) 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부진이 심화되면서 수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제규격인증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수출 대상국이 정한 일정 규격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수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온기를 만드는 경기도 시화공단 H통상은 유럽연합의 CE마크를 획득하지 않아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50만달러 상당의 수출상담을 진행하던 중 CE마크를 획득하지 못한 사실을 안 프랑스 바이어가 일방적으로 계약중단을 통보해왔다" 며 아쉬워했다.

◇ 국제인증 어떤 게 있나 = 국제인증은 국내에 알려진 것만 해도 24개국 53종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인증을 획득한 것은 11개국 15종에 불과한 실정. 또 2만5천여개의 수출 중소기업중 각종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7.2%에 지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청 조사) 인증 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나라는 미국이다.

국제인증 가운데 하나인 UL (미국안전규격) 마크의 경우 각종 상품에 대해 6백여종의 규격을 지정하고 이 마크를 붙이지 않으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기계류 등 18개 품목에서 적합성 시험을 거친 제품만 수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국도 가전제품 등에 장성마크 (CCEE) 를 붙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 인증은 어떻게 획득하나 = 중소기업이 미국 UL.유럽연합 CE마크 등을 직접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절차를 알고 있더라도 인증획득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따라서 가급적 한국화학시험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 등 각종 시험연구기관을 활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인증 종류별로 각종 민간 컨설팅업체가 속속 등장해 인증획득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인증비용이 건당 2천달러에서 많게는 2만5천달러나 들어 중소기업의 경우 국제인증을 따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2001년까지 3년간 기계.전기분야 중소기업 2천5백개를 선정, 인증획득비용의 70%까지 국고에서 보조해주기로 했다.

중기청은 지난 19일까지 1차 지원대상업체 신청을 받은데 이어 12월초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 유의점 = 인증획득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인증획득이 수출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 만큼 어떤 인증이 가장 유리한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컨설팅업체인 한국노이즈 김영래 원장은 "외국 인증기관의 요구 사항이 국

내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며 "무턱대고 덤비기보다는 사전에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인증을 받고난 뒤의 사후관리도 까다롭다.

중기청 남중희 사무관은 "주요 인증의 경우 분기.반기별로 공장실사.품질보증관리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른다" 며 "이것 저것 획득했다가는 사후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인증 획득.관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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