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마음가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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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옛날 대월지국이라는 곳에서는 돼지에게 기름떡을 먹이는 습속이 있었다. 그 살을 통통하게 찌우기 위해서다. 한 망아지가 기름떡을 맛있게 먹는 돼지의 모습을 봤다. “엄마, 쟤는 왜 저렇게 맛있는 것을 먹지?” 사람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면서도 땅 위의 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먹는 말의 신세와 비교해보니 돼지의 경우가 부럽기 짝이 없었던 것.

어미의 대답은 담담했다. “부러워할 거 없어. 나중에 보면 다 알아.” 새해가 왔다. 집집마다 돼지를 잡았다. 펄펄 끓는 가마솥에 넣어지는 돼지의 울음소리로 동네가 시끄러웠다. 망아지는 그때서야 알았다. 돼지의 기름진 떡이 결코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불교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다. 돼지의 기름떡은 씨앗(因)이고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그 고기는 결과(果)다. 망아지는 그 인과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 앞뒤 관계를 잘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본분에 맞지 않는 외형을 좇아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화다.

잡았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멀리 내빼는 게 마음이다. 한곳에 오래 붙잡아 두기가 어렵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십상이다. 나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때 그 마음은 더 붙잡기 어렵다. 그에 대한 형용이 ‘심원의마(心猿意馬)’다. 마음이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원숭이, 천방지축으로 여러 곳을 뛰어다니는 말을 닮았다는 표현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이 힘들다. 자신이 지켜야 할 본분에서 벗어나고, 평생을 바쳐 수행해야 할 자신의 업(業)도 지켜내지 못한다. 마음이 바깥으로 뻗는다고 해서 ‘외치(外馳)’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일종의 마음 병으로 간주해 늘 경계해 마지않았다.

‘마린보이 박태환’의 좌절을 보면서 생각해 보는 마음의 자세다. 그뿐 아니라 운동이나 연예 등에서 잠시 반짝하다가 마음을 잡지 못해 몰락한 요즘의 젊은 스타들을 함께 떠올려 본다. 대개가 한순간의 성공에 심취해 그 마음이 바깥을 향해 뛰쳐나간 결과다.

외부 환경의 탓도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실패의 마지막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마음가짐은 그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소질이 뛰어난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깝작대는 원숭이, 날뛰기 잘 하는 말의 마음을 없애자. 대신 느리지만 먼 길을 가는 소를 마음에 들여앉혀 보는 것은 어떨까.

유광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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