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금융구조조정 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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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1차 금융 구조조정이 이달 말로 일단락된다고 선언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금융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달 중 21조원의 재정자금을 쏟아부어 금융권 부실을 털어주고 모자란 자본금을 쌓는 일도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동안 지원한 14조원을 포함해 모두 64조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회생에 쓰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정부는 이럴 경우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9월 말에는 우량은행의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은 13%대, 나머지 은행들도 연말까지는 모두 10% 이상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F와 합의한 BIS 기준을 당초 일정보다 훨씬 앞당기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과 BIS 기준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업대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또 한가지 이유는 금융 구조조정의 지연이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의 일단락을 선언했다고 해서 과연 금융경색이 풀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은행들이 BIS 비율을 맞췄다고 곧바로 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규모로는 기존 부실을 터는 데도 모자랄 뿐 아니라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추가부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금융권 구조조정은 알게 모르게 국내 금융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이미 5개 은행과 14개 종금사가 문을 닫았고 상업 - 한일 등 3건의 은행합병이 발표됐다.

보험.증권.리스.신용금고 등의 수술도 계속되고 있다.

IMF체제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대변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금융산업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준비없이 시작한 구조조정 작업은 적지 않은 무리와 혼선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 원칙도 자주 흔들렸다.

합병해야 정부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일단 지원해 줄테니 자체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식이다.

어쨌든 이번 발표를 계기로 금융 구조조정의 기본틀은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구조조정의 일단락' 이란 말 그대로 한 단계 매듭을 지은 데 불과하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살려놓은 금융기관들이 제 힘으로 바로 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일은 은행 한 두 곳을 문닫는 일보다 더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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