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권위원회 신설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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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무부가 25일 발표한 인권법 시안은 민주사회의 근본인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시안의 핵심은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 구제를 담당할 기관으로 '국민인권위원회' 를 설치하고 인권위 구성과 활동 내용 및 권한 등을 규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권침해 구제는 형사고발이나 손해배상청구 등 사법 절차에 의해서만 이뤄져 왔으나 실질적 효력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인권침해자가 민간인이 아닌 검찰.경찰.안기부.기무사 등 수사기관이나 교도소 등의 공무원에 의한 것일 경우 침해사실 자체가 인정되는 비율이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권위가 구성돼 감시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수사관행 개선 등 국민의 인권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위와 같은 독립적 인권감시기구 설치는 세계적 입법추세며 유엔의 권고사항" 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립기구로 인권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영국.호주.캐나다 등 주로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40여개국에 이르며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은 법무부 내에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인권위 설치를 1백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선정, 입법을 추진해왔다.

시안에 따르면 인권위 조사대상은 인권침해와 차별 행위 등 두가지로 나뉜다.

인권침해 행위는 공무원과 군인 및 정신병원 등 다수인 보호시설 근무자의 불법체포.감금 및 가혹행위.통신검열 등이 해당된다.

차별 행위는 성별.인종.종교.신체장애.출신지역에 따른 고용 등 사회경제 활동상 불리한 처우를 말하는 것으로 민간인들에게도 적용된다.

인권위는 서면 및 현장조사, 관계자들에 대한 직접 진술청취 등의 방법으로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이의 시정을 해당 기관에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가 제기능을 하려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권위를 정부 출연금으로 설립하지만 국가기관이 아닌 특수법인으로 운영하고 감사원 직무감사도 받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인권위 시정권고가 말 그대로 '권고사항' 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은 이에 대해 "외국의 예에 비춰볼 때 여론의 압력으로 인해 인권위 권고사항이 대부분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 효력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입법예고 기간 중 좀더 연구해 보겠다" 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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