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6·25 망각하면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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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정작 전쟁의 당사자인 우리는 어떠한가. 6·25전쟁은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이미 지나간 역사의 한 사건으로만 기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회상을 냉전시대의 산물로 치부해 배척하기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를 기억하자는 것이 어떻게 냉전적 사고인가.

6·25를 잊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중·고교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 지난 진보정권 10년간 왜곡되고 오도된 교육으로 인해 6·25를 누가 일으켰고, 언제 일어났는지가 두루뭉술해졌기 때문이다. 또 전쟁을 겪고 전쟁의 폐허 위에 발전의 기틀을 잡은 앞선 세대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주지시켜야 한다. 전쟁을 의식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어디 더 있겠는가. 하지만 전쟁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철저히 대비를 해 한반도에 전쟁이 아닌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남한에 대해 호전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존중하면서 평화공존을 이루고자 하는 대화의 장(場)에 적극 나서야 한다.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며,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이다. 6·25전쟁 중 한국군 희생자는 전사 13만8000명, 실종 2만4000여 명, 부상 45만 명, 그리고 포로도 8000여 명이 있었다. 이외에 민간인 희생자도 1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포로 중에는 아직도 500여 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포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송환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생존 포로가 돌아올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가가 위기에 닥쳤을 때 누가 국난 극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하겠는가.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국민의 유해를 끝까지 찾아 나서는 미국의 자세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도 뒤늦게나마 유해 발굴 작업에 나섰다.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시 기구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법령이 뒷받침된 상설기구가 되어 현재까지 3000여 구의 아군 유해를 발굴했다. 휴전이 되고 근 반세기가 흘러서야 발굴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무심함이 서글프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경제 강국이 된 밑바탕에는 6·25라는 위난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베풀어준 많은 국가의 도움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를 위해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은 몫을 담당해야 한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