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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태환 놓고 편싸움 벌인 한심한 수영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200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 선수의 부진은 ‘충격’이라기보단 ‘예견된 실패’에 가깝다. 한국 수영계에 국보급 스타 선수를 제대로 관리할 만한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체계적 훈련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탁구공처럼 전담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온갖 마음고생을 하게 해놓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죽하면 박 선수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며 훈련 과정의 고통을 토로했겠는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이후 박 선수는 전담팀과 미국 전지훈련을 하는 한편 국내에 와선 태릉 선수촌에서 노민상 대표팀 감독의 지휘를 받는 이중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전담팀은 장거리, 대표팀은 단거리 훈련에 주력해 엇박자를 내고 정보교환도 원활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게다가 전담팀엔 박 선수를 전적으로 맡아 이끌어줄 코치조차 없었다. 외국에서 명망 있는 코치를 데려오자니 비용 부담이 너무 크고, 국내 지도자들은 친(親)대한수영연맹파와 반(反)수영연맹파로 편이 갈려 어느 한쪽을 고르기 힘든 속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형편이 이러니 온전한 훈련도, 전략도 없이 주먹구구로 대회에 임할 수밖에 없었을 터다. 외국 선수들이 앞다퉈 최첨단 전신 수영복을 입는데 철 지난 반신 수영복을 입는 결정을 내린 것도, 대회 직전까지 화보 촬영에 임한 것도 모두 전략의 부재 탓이 크다.

이처럼 엉성한 박 선수 관리 시스템은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선수의 경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 선수는 유능한 전담 코치를 두고 캐나다 토론토에 상주하며 맞춤형 훈련에 전념할 수 있다. 물론 피겨 종목의 경우 국제빙상연맹이 세계 대회에 출전할 한국 선수를 지정, 요청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영처럼 국가대표 선발을 좌우하는 연맹의 눈치를 보거나 원치 않는 대표팀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제대로 된 지원도 못하면서 박 선수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수영연맹과 후원사는 뼈아픈 자성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