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부모 협회 회원들 남의 아이 맡아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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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기 아이만을 최고로 키우고 싶어하는 가족이기주의가 판치는 세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부모 대신 일정기간 무료로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남보사연 (남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들의 연대) 수양부모 협회 (회장 朴英淑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02 - 925 - 0865) 회원들. 현재 20여가구가 20여명의 아이들을 맡아 돌보고 있다.

직장여성의 몸으로 지난 3년간 8명을 키워냈고 지금도 외동아들인 숀 (11세) 외에 3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朴회장은 "수양형제가 생긴 뒤 우리 아이가 싸우고 양보하며 협상하면서 살아가는 '더불어 사는 덕목' 을 배웠다" 고 말한다.

이들 회원이 새로 수양부모가 되려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충고는 부모를 보고 아이를 맡아서는 안된다는 것.

"어쩜 자기 아이한테 저럴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실망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아이한테 영향이 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또 친부모와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아이의 행복을 미끼로 생활비나 전세자금 등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럴 땐 협회에 연락하면 곧바로 친부모에게 조치를 취해준다.

아이가 아플 때가 가장 고민거리. 지역의료보험이면 동거인으로 올려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직장 의료보험은 동거인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도 협회에 연락해 봉사 의료기관을 소개 받도록 한다.

대부분 의료보험이 안되면서 고비용인 치과 진료도 마찬가지. 朴회장은 "잘 보살폈지만 혹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으로 수양부모가 되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며 "아이의 친부모로부터 불가항력인 사고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협회가 받아놓고 있고 후원회원 중 변호사의 도움도 얻을 수 있다" 고 들려주기도.

수양부모협회에서는 IMF로 최근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들의 문의가 하루 30여통이나 빗발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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