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백야 3.98' 테마곡 히트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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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SBS - TV드라마 '백야 3.98' 에서 흐르는 타이틀곡은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고' .드라마 '거짓말' 의 주제음악으로도 처음 소개된 후부터 부쩍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는 노래다.

한 (恨) 과 우울한 저항이 얼룩진 정서는 '모래시계' 에서 나왔던 러시아 민요 '백학' 과 비슷한 분위기다.

이 노래의 작곡자는 그리스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73) . '희랍인 조르바' 'Z' '제3의 사나이' 등의 영화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군사정권이 맹위를 떨치던 67년 그리스 전역에서 연주.방송은 커녕 그의 음반을 듣는 것도 금지됐던 작곡가다.

그는 결국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투옥됐다가 유럽인권위원회의 탄원으로 석방돼 서방으로 망명했다.

나치독일의 압제와 레지스탕스, 영국과 미국의 내정간섭, 군사독재와 반정부운동, 군사쿠데타…. 그리스의 현대사는 우리와 비슷한데가 많다.

데오도라키스의 레지스탕스 운동, 파리음악원 유학과 독재정권에 의한 투옥, 유럽에서 전개한 반정부 활동은 작곡가 윤이상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석방을 위해 탄원 성명을 낸 것도 마찬가지. 데오도라키스의 석방을 위해선 쇼스타코비치.번스타인.해리 벨라본테 등이 앞장을 섰고 윤씨의 구명운동에도 스트라빈스키.카라얀.슈톡하우젠 등이 연대 서명에 발벗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데오도라키스는 8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방송금지 목록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음악적 노선은 달랐다.

윤씨가 현대음악만 파고든 반면 데오도라키스는 예술음악과 민중음악을 아우르는 그리스 음악의 대부. 연미복 대신 검정 티셔츠를 입고 맨손으로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음악은 지금도 그리스 음악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고' 가 수록된 '데오도라키스 히트곡 모음집' 이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 (02 - 3488 - 2846) 로 출시됐다.

또 데오도라키스의 가장 뛰어난 해석자인 마리아 파란두리가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와 함께 녹음한 '자유의 노래' 도 LP로 출반된지 27년만에 CD로 나왔다.

가사에 힘을 실어주는 파란두리의 보컬과 존 윌리엄스의 명쾌한 반주가 일품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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