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리 경사·게이츠 교수 “맥주 한잔하면서 흑백 갈등 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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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미국에서 일어났던 흑백 논란의 당사자 격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하버드대 흑인 교수, 그리고 이 교수를 체포했던 백인 경찰관 3인의 백악관 화해 맥주 모임이 이뤄지게 됐다.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이 편집하는 인터넷 뉴스레터(TheRoot.com)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 제임스 크롤리 경사와 함께 백악관에서 맥주 한잔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 경험을 교훈으로 활용하려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함께 맥주 회동을 하면서 크롤리 경사를 만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의 경험이 앞으로 인종적 편견에 따라 경찰이 차별적인 단속에 나서는 사례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맥주 회동은 크롤리 경사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곧 성사될 전망이다.

논란의 발단은 흑인학 연구로 유명한 게이츠 교수가 16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자택 앞에서 닫힌 대문을 어깨로 밀치며 열려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크롤리 경사에게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신분증 제시에 불응하며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게이츠 교수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이츠 교수는 “경찰의 이름과 배지 번호를 물어봤으며,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하버드대 교수 신분증을 건넸다”고 반박하며 크롤리 경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문제는 오바마가 22일 건강보험 개혁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크롤리 형사의 단속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언급하면서 확산됐다. 크롤리는 “대통령은 동네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고, 매사추세츠 지역 경찰단체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24일 “불행하게도 내가 선택한 단어 때문에 케임브리지 경찰과 특히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나쁘게 비치도록 했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나도 파문의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의 유감 표명은 부인 미셸과의 논의 끝에 이뤄졌다.

오바마는 “크롤리와 게이츠 두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추후 백악관에서 세 사람이 만나 맥주를 마시며 앙금을 풀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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