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엔 삼성그룹주, 곰엔 리버스인덱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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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26면

2006년 말. 그해 6월 1200선을 바닥으로 슬금슬금 오르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1400선을 회복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싶더니 이듬해 2월엔 전고점(1464.7)까지 뚫었다. 시장에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했다. 본격 강세장 돌입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야 한다는 쪽과 조정을 염두에 두고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후 양측의 대립과는 관계없이 시장은 크게 올랐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한 이들은 큰 수익을 올렸다.

1500선 회복한 증시 … 이후 시나리오별 투자 상품은

데자뷔. 두 달 넘게 이어진 박스권 장세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24일 코스피 지수는 1502.59를 기록했다. 미국 다우지수도 9000선을 회복했다. 상승 분위기에 취할 법도 하다. 그러나 찜찜하다. 예측이 힘들다.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에 힘입어 상승 강도가 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기대감은 반영된 터라 더 이상의 상승은 어려울 듯도 싶다. 오히려 더 나올 게 없는 상황에선 조정만이 남은 것도 같다. 3년 전과 같은 상황, 데자뷔가 결론까지 같을지는 의문이다.

시장이 어느 쪽으로 가닥을 잡을지, 전문가들도 판단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판단은 투자자의 몫이다. 일단 판단을 내렸다면 각 상황에 맞는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한다. 10개 증권사의 펀드 담당 연구원 및 자산배분 전략 담당자에게 증시 상황별 투자 상품을 추천받았다.

상승 쪽에 걸면? 대형 성장주 펀드
1500선을 상승 2차 랠리의 시작이라고 보면 주식형 펀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응답자 다수가 대형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를 추천했다. 투자 스타일로 따지자면 성장형이다. 올 초반 상승을 주도했던 중소형주·가치주 스타일에서 바뀐 흐름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유망하다고 꼽는 이들이 많았다. 전기전자(IT) 업황 개선세가 뚜렷한 만큼 삼성전자·전기 등 삼성그룹의 수혜가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산업 질서 재편 과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기도 한다. 위기 때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다. 인텔·소니·노키아 등을 압도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2조5200억원)이 방증이다. 게다가 그룹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증시 하락기에도 타격을 덜 받는다. 2006년과 2008년 약세장에서 ‘한국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상위 1%, 3%를 기록했다. 한국투신운용 백재열 팀장은 “삼성그룹주 투자는 황소(강세장)와 곰(약세장) 사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시장 상황에 흔들림 없이 장기 고수익 추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에 대한 추천도 눈에 띈다. 이 펀드는 설립 1년이 갓 넘은 운용사가 내놓은 신생 펀드다. 3·5년 장기 수익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우수하다. 6개월·1년 수익률이 상위 1%에 속한다. 학생으로 따지자면 100명 중 1등을 한 최우등생이라는 의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문사 시절부터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사로 선정될 만큼 실력을 입증 받은 회사다. 펀드는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며 스타일은 가치나 성장 등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혼합형이다.

가치주 스타일 펀드이기는 하지만 ‘신영마라톤펀드’를 꼽은 이들도 있었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장기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평가하는 3년, 5년 펀드 등급이 모두 최상위권이다. 대체로 펀드 규모가 큰 것을 골랐지만 메리츠증권 상품기획팀 우현섭 차장은 ‘작은 것’을 추천했다. 그는 “초과 수익을 내려면 시장 상황에 대해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사이즈가 커서는 안 된다”며 ‘마이트리플스타주식펀드’나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를 꼽았다. 이들 펀드 모두 설정액이 500억원에 못 미친다. 특히 최근까지 설정액이 1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마이트리플스타주식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94%에 달한다. 집중 편입한 코원·송원산업·LG디스플레이 등이 급등한 덕이다.

등락 반복한다면? 스텝다운형 ELS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추천이 압도적이었다. ELS는 매주 증권사에서 2~3일간 판매한다. 최소 판매 단위는 보통 100만원 이상이다. 상품별로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증권사별로 상품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신문 등을 통해 ELS 판매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ELS 가운데서는 3개월 혹은 6개월 등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익률 조기 상환 기준 조건이 낮아지는 ‘스텝다운’형 ELS에 대한 추천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 신긍호 부서장은 “증시 급락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 만큼 기대 수익률이 낮은 원금보전형 ELS보다는 고수익을 주는 원금 비보전형 상품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원금 보전을 추구하는 ELS를 더 유망하다고 꼽기도 했다. 기초자산으로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대한 추천이 주류였다.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중립형 펀드도 다수의 추천을 받았다. 주식 선물과 현물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사고 고평가된 자산을 파는 전략(롱-숏전략)을 구사해 ‘시장금리+알파’ 수준의 수익을 추구한다. ‘동부액티브뉴트럴펀드’ ‘한국차익거래증권펀드’가 그런 유형이다.

지수 등락을 이용해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시스템 매매 펀드도 있다. ‘하나UBS뉴오토시스템펀드’ ‘한국연속분할매매고편입펀드’ 등이다. 이들 펀드는 상승장에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이 뒤지지만 박스권 장세에서는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나UBS뉴오토시스템펀드의 1년 수익률은 7%다.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0.2%)을 훨씬 앞선다.

하락한다면? CMA 활용
1500선을 증시 고점이라고 판단하면 들고 있는 자산을 정리해 현금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하락한다면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현재 CMA 금리는 연 2.5% 선 내외다.

증시 하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면 리버스인덱스 펀드를 이용할 만하다. 리버스인덱스 펀드는 말 그대로 지수(인덱스)와는 반대로(리버스) 움직일 때 수익이 나는 펀드다. 최근 리버스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은 형편없다. 올 들어서 증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삼성리버스인덱스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다. 리버스인덱스 펀드는 단일 펀드로 판매되기보다는 대부분 여러 펀드를 묶어 갈아탈 수 있게 한 엄브렐러 펀드의 하위 펀드 중 하나로 설정돼 있다.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일단 엄브렐러 펀드에 가입한 후 시장이 조정 움직임을 보이면 주식형 펀드를 리버스인덱스 펀드로 전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주식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 채권 및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파트 김남수 연구위원은 “우량 회사채에 투자한 후 거기서 나온 이자(이표채)를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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