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던’ 반도체가 되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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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2분기에 5230만 대의 휴대전화와 633만 대의 평판TV를 팔았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른다. 2분기에 지구상에 팔린 휴대전화와 TV 5대 중 한 대에 삼성 로고가 붙어 있었단 이야기다. 이명진 IR팀장(상무)은 “휴대전화와 TV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이고 D램과 LCD 패널 값도 오름세라 3분기 매출과 수익성이 2분기보다 나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강자’ 입증한 한국 반도체=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오랜만에 허리를 폈다. 2분기 매출(6조1400억원)이 전 분기보다 18% 늘었고, 무엇보다 1분기 적자(6700억원)에서 벗어나 흑자(2400억원)를 낸 덕분이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전환한 경우라, 불황에 대한 삼성 반도체의 ‘내성’을 새삼 실감케 했다. 메모리 업계는 생산 과잉과 수요 감소로 1년 넘게 총체적 위기를 겪어왔다. 1기가비트 DDR2램 값은 지난해 말 0.8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올 2분기에 1.16달러까지 반등했다.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수렁 탈출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하이닉스반도체도 영업적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결기준으로 1조6760억원의 매출과 2110억원의 영업적자 수치를 내놨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28% 늘고, 영업손실은 전 분기 5150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국내 업체는 공장을 거의 100% 가동하는 데 비해 대만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 엘피다 등도 큰 폭의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교보증권의 구자우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내년까지 반도체 상승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휴대전화로 노키아 협공=한국산 휴대전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도 2분기에 2980만 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사상 처음 10% 벽을 넘어선 것 같다고 22일 밝힌 바 있다. 핀란드 국적의 휴대전화 ‘절대강자’ 노키아가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2억6800만 대로 추산한 것을 적용한 계산이다. 이럴 경우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30%대로 올라서고, 노키아의 점유율은 40%대에서 30%대 후반으로 떨어져 삼성·LG 제품이 노키아를 협공하는 형국이 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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