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 안낸 운전자-단속원간 '머리싸움'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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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자동차세를 내지 못한 운전자들과 단속반원들간의 '머리싸움' 이 점입가경이다.

전주시가 체납된 세금을 거둬 들이려고 단속을 강화하자 체납자들이 자신들의 차량 번호판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시 단속반원들도 이에 질세라 줄톱까지 동원하고 있다.

자동차세 50여만원을 내지 못한 姜모 (48.자영업.전주시완산구삼천동) 씨는 요즈음 영업이 끝난 오후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번호판을 떼어 집에 보관하는 게 하루 일과처럼 돼 버렸다.

또 세금 1백여만원을 못 낸 李모 (39.자영업.전주시덕진구금암동) 씨는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차량 앞부분을 바짝 붙여 주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李씨는 "IMF한파로 장사가 안돼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방법을 쓰고 있겠느냐.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시가 단속을 좀 완화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회사원 李모 (37.전주시완산구평화동) 씨의 단속을 피하는 방법은 한 단계 더 위다.

그는 차량 번호판의 나사를 아예 납으로 땜질해 공무원들이 번호판을 뗄 엄두를 못 내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체납자들은 납 땜질 대신에 나사를 망가뜨리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반원들도 결코 만만치 않다.

나사에 납 땜질을 했거나 망가뜨린 경우엔 줄톱을 이용, 나사를 자르고 번호판을 떼 가고 있다.

한 단속반원은 "차량 번호판을 떼 가지 못하도록 세금 체납자들이 취하는 방법이 날로 지능화 돼 어려움이 많다" 며 "이젠 체납된 세금을 거둬 들이기 위한 일환으로 차량 번호판 영치는 실효가 없을 것 같다" 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올들어 덕진.완산구청 별로 단속반 (4~5명) 을 구성, 지난달 말까지 세금 체납자 차량 5천7백여대의 번호판을 압수해 2백억여원의 세금을 거둬 들였으며 앞으로도 2천여대를 단속할 계획이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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