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천황'호칭 시기상조 일본 사죄가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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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일본천황을 공식명칭으로 인정하자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독자들의 대표적 찬성 및 반대의견을 소개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의 왕을 공식적으로 천황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이웃나라의 관습을 존중하고 상대국의 호칭을 그대로 불러주는 것이 국제외교 관례이기는 하다.

하지만 엄연히 반일감정이 남아 있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측의 진정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천황 호칭을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지난 5월에 박정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천황이라고 발언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과 관련된 문제라면 골 깊은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여태껏 일본의 왕을 일왕으로 불러온 것은 누구의 강요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만행에 대한 진실한 참회와 사죄가 있고 난 뒤에 천황이라 불러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간 일본은 수차례에 걸쳐 과거 침략행위에 대해 형식적인 사과는 했으나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사죄는 한 적이 없다.

'통석 (痛惜) 의 염 (念)' 이라는 간접적 표현이 고작이었다.

틈만 나면 불거져 나오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또한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일본의 충분한 사과가 따르지 않는 한 천황이라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우정렬 <부산시중구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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