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20주년 기념전 갖는 원화랑 정기용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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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 청담동 원화랑 대표 정기용 (66) 씨는 한가한 듯이 혼자서 슬슬 돌아다니는게 취미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다채롭다.

한때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찾았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부터 젊은 무명작가의 개인전까지 걸쳐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 유명 미술관에 덧붙여 터키 이스탄불 국립고고학박물관처럼 외진 곳까지 발걸음을 넓혔다.

'가슴에 와 닿아 찌릿한 전기충격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을 찾아서' 라는게 그가 말하는 소요 (逍遙) 의 이유다.

그렇지만 내막을 들어보면, 쉽게 '이거다' 하고 선을 긋고 그만둘 수 없는 '화상의 실력키우기' 라는 진짜이유가 있다.

누가 뭐래도 화상의 실력은 눈에서 판가름나기 때문. 정씨는 국내에서 적어도 현대미술에 관한 한 심미안이 뛰어난 몇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의 눈을 통해 조각가 김종영이 재평가된 일이나 재미작가 박종배나 존배가 소개된 것은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그가 화랑 개관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콜렉션을 선보이는 원화랑 개관기념전에는 화랑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은 51점. 60년대 중반부터 미술애호가로서 혹은 그가 기획했던 전시를 통해서 손에 넣은 작품들이다. 02 - 514 - 3439.

근대 판화의 선구자였던 정규가 남긴 단 한점의 '북한산' 목판화나 김환기의 부인이며 스스로 작품활동도 했던 김향안의 유화 '아네모네' , 재미조각가 박종배의 브론즈, 외국작가 시몬 한타이나 장 포트리에의 브론즈 두상 (頭像) 같은 작품은 전시와 관련이 있는 작품이다.

또 이중섭의 '소와 어린이' 나 유럽 여행때 여비를 쪼개 산 샤갈, 로트렉의 판화는 미술애호가 정씨가 이끌리듯이 손에 넣은 작품들이다.

오랫동안 그와 친분을 나눈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그는 화상이기 이전에 뛰어난 콜렉터' 라고 말하고 있어 이번 전시는 이제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품콜렉션의 새로운 공개라는 이름도 붙일 수도 있는 전시다.

인천 태생으로 학창시절 한때 화가를 지망했던 정씨는 뛰어난 걸작과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에서부터 먼저 온다' 고 말하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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