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을 보는 느낌 핀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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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는 카누와 카약을 즐길 수 있는 강이 많다. 카누는 누구나 간단히 강습을 받으면 탈 수 있다.

황량한 겨울의 이미지로만 다가오는 나라, 핀란드도 여름은 아름답고 푸르렀다. ‘숲과 호수의 나라’라는 말답게 국토의 70%가 숲이고, 10%가 호수라고 했다. 그 호수가 무려 18만 개를 헤아린다.

핀란드관광청 초청으로 떠난 여행에서 처음 간 곳은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서부 우시마(Uusimaa)지역 베스타르비의 숲. 아름드리 소나무와 가문비나무·자작나무로 둘러싸인 곳이다. 숲을 빠져나가면 발트해로 통하는 바다가 호수처럼 고요히 숨죽이고 있다.

초청 기자들이 머문 곳은 19세기에 지어진 농가를 개조한 조그만 호텔 베스타르비 고드. 까슬한 아마포로 감싼 침대가 놓여 있는 방에서는 자작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 밤 11시가 넘어도, 북극권의 여름 하늘은 약간 어두운 잉크빛이다. 어둠은 없었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옛 필름을 돌려보는 느낌이었다. 1950년대산 볼보 버스가 황토가 깔린 시골길을 천천히 구른다. 운전기사의 제복도 옛 모습 그대로다. 이곳에서는 빠른 것, 새 것은 미덕이 아니다. 옛것을 아끼고 보존해 이 동네 명물을 만들었다.

카누를 타러 갔다. 강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노를 저을 때 오른손은 꼭 쥐고, 왼손은 느슨하게. 절대 뒤집어지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한 차례의 노질에 길쭉한 카누는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푸르누스 강을 따라 내려간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물길은 아마존 강을 연상시킨다. 팔 근육이 뻑뻑해지고 서늘한 강바람에 얼굴이 얼얼해질 무렵 강은 탁 트인 비트래스크 호수로 연결된다.

핀란드는 호수도 많지만 섬도 많다. 발트해로 이어지는 남쪽 바다엔 수많은 섬이 떠 있다. 태고에 빙하에 의해 복잡한 모양으로 깎인 땅은 육지에서는 호수들로, 바다에선 군도(群島)로 남았다. 택시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이곳의 섬들은 뭍과 바다가 반씩 섞여 있는 지형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얕고 평평한 섬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숲을 이루고 물가엔 갈대가 무성하다. 바다엔 파도가 없으니 호수 같다.

섬들의 한적한 곳에는 붉은색 목조 주택이 들어서 있다. 숲에 머물고 싶어 하는 핀란드 사람들이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주말을 지내는 곳이다. 러시아의 다차나 독일의 대도시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말 주택과는 다르다. 땅은 넓고 인구가 적으니 이 나라사람들은 섬 하나, 계곡 전체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적막을 즐긴다.

1950년대산 볼보 버스가 시골길을 누빈다. 운전기사의 제복도 옛 모습 그대로다.


글·사진=최정동 기자



핀란드 여행정보

핀란드 특유의 붉은색 목조주택. 핀란드인은 깊은 숲 속이나 바닷가 외진 곳에서 지내기를 좋아한다.

● 한국인에게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핀란디아’의 작곡가 시벨리우스다. 헬싱키 도심에서 서북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닷가에 시벨리우스 공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핀란드의 여류 조각가 힐투넨이 24t의 강철로 만든 시벨리우스 기념비를 볼 수 있다. 형태는 오르간 모양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시벨리우스가 인생 후반부를 보낸 아이놀라(Ainola)에 가보기를 권한다.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38㎞ 떨어져 있다. 시벨리우스는 1904년부터 이 집에 살며 창작열을 불태웠다. 소나무와 가문비나무·활엽수로 둘러싸인 저택은 74년부터 박물관으로 개조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작곡을 하던 책상, 숨을 거둔 침대, 사우나 등이 보존되어 있으며 아내 아이노와 함께 묻힌 무덤이 숲 속에 있다. 헬싱키 버스터미널에서 메첼라행 버스를 타고 가다 야르벤파 직전 아이놀라 정류장에서 내린다.

● 헬싱키 앞바다의 수오멘린나 요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스웨덴 통치 시절 여섯 개의 섬을 연결해 만든 요새로 18세기 중반의 건축기술이 집약된 독특한 군사건축물이다. 당시의 대포와 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하던 잠수함도 볼 수 있다. 항구에서 페리로 15분 걸린다.

● 최근 핀란드항공(Finnair) 직항이 개설됐다. 수도 헬싱키까지 9시간이면 도착한다. 여름철에는 주 4회 운항. 서울~헬싱키편은 월·화·금·토요일 10시30분, 헬싱키~서울편은 일·월·목·금요일 17시30분 출발한다.

● 자세한 정보는 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 finland.co.kr)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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