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1세기 최고 우주쇼” 아시아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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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우주쇼를 보기 위해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2일 오전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기일식과 부분일식의 장관이 연출된다. 오전 8시58분(한국시간) 인도에서 시작되는 이번 일식은 네팔과 미얀마, 방글라데시와 부탄, 중국과 한국, 남태평양 등에서 관측할 수 있다.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은 최장 6분39초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을 비롯, 각국의 천문학자들은 “이번 세기 들어 가장 긴 시간 동안 태양 둘레의 최외곽 대기층인 코로나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일식 관측 최적지인 아시아로 몰려들었다. 한국에서는 오전 9시34분(서울 기준) 달이 태양을 80% 가리는 부분일식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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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만의 개기일식 만끽하자”=가장 들뜬 곳은 중국이다. 이번 일식은 500년 만에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개기일식이다. 창장(長江)의 물줄기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1만㎞에 걸쳐 장관이 펼쳐져 ‘창장 개기일식’이라고도 불린다. 청두(成都)·충칭(重慶)·우한(武漢)·항저우(杭州)·상하이(上海) 등 약 40개 도시에서 3억 명이 개기일식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북부의 베이징(北京)과 남부의 광둥(廣東) 등지에서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 14개 TV 방송은 개기일식을 실시간 생중계한다.

당일 오전 창장 중·하류 지역이 흐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항공권을 구입하는 사람도 늘었다. 중국 남방항공은 베이징을 출발해 당일 오전 청두·충칭·우한·상하이로 가는 항공기를 타면 날씨·대기오염과 무관하게 개기일식을 만끽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랫동안(6분25초) 일식을 지켜볼 수 있는 가고시마현 아쿠세키지마섬의 호텔 예약은 이미 끝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고베대 연구팀은 일식 관측을 위해 배를 띄울 예정이다.

반짝 특수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중국국가천문관에는 관측용 망원경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인 타오바오왕(淘寶網)은 최근 일주일 동안 3만 개의 망원경과 특수안경을 팔았다. 홍콩우주관에서도 2000여 개가 넘는 보호안경이 매진됐다. 천문학에 대한 관심도 커져 홍콩천문학회와 홍콩우주관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수천 명의 시민과 학생이 다녀갔다.

◆여전히 미신도 횡행=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에 대해 미얀마의 점성술사들은 “대혼란이 임박한 징조”라는 경고를 내놓는 등 미신도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인도에서는 일식 당일 출산 예정인 임신부가 아이의 불운을 막기 위해 출산을 늦추려 한다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일식과 관련해 혹세무민하는 주장과 미신이 난무하지 않도록 개기일식의 과학 현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로 했다.

홍콩·베이징=최형규·장세정 특파원, 서울=하현옥 기자

◆일식=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전체를 다 가리면 개기일식, 일부분만 가리면 부분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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