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멀어지는 협상, 가까워진 직권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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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나경원 문방위 간사(右)가 미디어법 수정안 등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3시간여 만남은 성과 없이 끝났다.

21일 오후 11시10분 한나라당 안상수·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의 미디어 법안 담판이 또다시 결렬됐다. “의견차가 너무 커서 절충에 실패했다”(여야 원내대변인)고 한다. 두 사람은 22일 다시 만날지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당론보다 물러선 안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도 “종합편성채널 진출 자격을 완화한 안(구독자 점유율 10%→15%)을 내놓았으나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맞섰다. 당초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만날 예정이었다. 회담은 그러나 계속 늦춰졌고 결국 오후 8시에서야 만났다. 그 사이 각당은 각자 입장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자체 안과 자유선진당의 안, 박근혜 전 대표의 제안을 절충해 마련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의원총회…또 의원총회=“이의가 없으면 박수로 의결해 달라.” 21일 오후 5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큰 박수소리가 터졌다. 미디어법 최종 수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안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측, 선진당 측과 완벽하게 합의한 안”이란 점을 강조했다. 나경원 간사는 “큰 원칙은 지켰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산업 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 동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하루 한나라당은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2012년까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진입을 유보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최종 협상을 하기 전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수정안을 공개하겠다”고 배수진도 쳤다. 안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 자유선진당 측과도 만나 법안을 조율했다. 결국 오후 4시로 예정된 의원총회가 5시로 미뤄지며 최종 윤곽이 마련됐다.

◆“기자 접촉도 자제하라”=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수정안 발표에 민주당은 술렁였다.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방송장악을 위한 한나라당 원안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호박에 줄만 그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오전에 안 원내대표가 얘기한 것보다도 후퇴한 당론”이라고 말했다. 문방위 소속인 최문순 의원도 “국민을 속이는 안이며, 협상을 그만두자는 안”이라며 “사전·사후규제 등 구색 갖추기 시늉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은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오전부터 6시간 넘게 원내대표단·중진연석회의,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직 사퇴 여부를 논의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회의 내용과 관련한 언론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후 8시쯤 의총을 다시 열었으나 20여 분 만에 중단하고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한 재선 의원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본회의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선승혜·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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