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문제점]자본금 100억이하 원천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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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증권투자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투자자가 직접 증권회사에 계좌를 열고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든가 아니면 전문가에게 매매를 맡길 수도 있다.

후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조금씩 모아 뭉칫돈 (펀드) 을 만드는 방법이다.

전문가의 노하우를 이용,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시 발전이 앞선 국가들에선 이 방법이 일반화돼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자산운용회사다.

한투.대투 등 '투자신탁' 이나 동원.쌍용템플턴 등 '투자신탁운용' 은 모두 자산운용회사로 자체 판매조직망 (지점) 유무에 있어 차이가 날 뿐이다.

'증권투자회사' 는 뭉칫돈이란 점에서 투신의 펀드와 같다.

중도환매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구분되는데 개방형을 특별히 '뮤추얼펀드' 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번에 도입되는 폐쇄형을 뮤추얼펀드라고 부르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잘못이다.

한편 펀드와 자산운용회사간의 관계에 있어 증권투자회사는 투신과 전혀 딴판이다.

투신이 관리하는 펀드는 투신내에 있지만 증권투자회사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된 이사회를 가진다.

따라서 고객의 돈 (펀드) 과 자산운용회사의 자본금 (고유계정) 이 섞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펀드간 거래까지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자산운용회사의 최소자본금을 1백억원으로 정한 것을 두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두세명이 모여 자산운용회사 간판을 걸고 '부실운용' 을 일삼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다.

최소자본금을 정하면 '어중이 떠중이' 를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진입규제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정부가 자격을 정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종금.은행.증권 그리고 투신이 자격을 정하지 않아서 부실해졌느냐고 묻는다.

더욱이 증권투자회사법에는 자산운용회사 임직원의 자격요건이 있다.

좋은 펀드, 나쁜 펀드를 가리는 작업은 어차피 투자자들의 몫이다.

업계는 금융서비스업에 변신이 요구되는 때 경험 있고 패기 넘치는 금융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최소자본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 투신 또는 투신운용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비아냥도 있다.

단지 공신력 때문에 엄청난 자금을 볼모로 잡는 것은 '고효율'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운용보다는 자본금 운용에 더 신경을 쓴다면 부실을 자초할 위험마저 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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