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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리셋, 왜 하는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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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와 전공은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많은 학생들이 ‘스펙 리셋’을 시도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오늘도 많은 학생들은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해 인기 전공으로 전과하거나, 대학 편입을 한다. 대학원 진학이나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 등 제도도 스펙 리셋의 방법으로 애용된다. 스펙 리셋(spec reset)은 흔히 자신의 원적 학교나 전공을 바꾸기 위해 시도되는 방법들을 말한다.

사실 출신학교와 전공은 기업의 채용담당자가 이력서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에 대한 차별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쉽게도 완전히 철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취업이 어려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런 차별이 더 강화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작은 규모로 채용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학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학생들의 ‘스펙 리셋’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학원 진학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서도 석사 졸업생을 선호하고 있고, 지원자들도 전문성을 드러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대학원을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대학원 기간을 2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승진도 빨라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뚜렷한 목표 없이 취업난에서 잠시 도피하기 위한 대학원 진학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스펙 리셋 중의 또 다른 편입인데 편입에도 장단점이 존재한다. 편입을 해서 취업을 더 유리하게 전개시키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편입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기업에서 이력서에 편입 유무를 기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원자의 특정 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편입자에 대해 ‘조기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접 질문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대비해야 한다.

전과 등의 방법으로 스펙 리셋을 하는 것도 있다. 전과는 말 그대로 전공을 바꾸는 것인데 전과는 성적증명서 등의 기록에 잘 드러나지 않아 부담이 없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수능 시험 점수에 맞춰서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였을 경우에 전과를 많이 시도하곤 한다. 그렇지만 전과를 할 때에는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고 원하는 학문 분야로 고를 것을 주문한다. 단순히 ‘어떤 과는 취업 잘 된다더라’라는 말만 듣고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옮겨가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억지로 선택하는 것은 대학 입학할 때의 한 번이었으면 족하므로 전과를 하게 된다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취업을 할 때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할 만한 요소이다. 복수 전공이 어렵다면 부전공이라도 해볼 것을 추천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잡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공계 대학교육과 융합돼야 할 학문으로 경영학을 꼽고 있다.

유상일 칼럼니스트 sky_fun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