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소문추적 '카더라' 방송프로 문제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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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몰래카메라로 찍었다며 시중에 불법유통되는 모 여대 화장실 비디오. 과연 진짜일까. 소문의 여대 화장실을 찾아가 문과 변기의 위치를 비디오에 나오는 화면과 대조해 본다.

다시 외화유출과 이혼을 둘러싼 모 재벌회장과 미모의 아나운서 - 그것도 경쟁사의 - 의 염문이 사실인지 추적. '캐나다 골프장을 사줬다는데' '언제 어디서 몇번 만났다는데' - . 믿기진 않지만 이런 내용이 전파를 탈 것으로 보인다.

SBS는 2일 '소문의 진상' (연출 강영권) 시험방영을 결정했다가 긴급히 보류한 상태. 이 프로는 '3류 주간지' 수준의 '…카더라' 통신의 총집결체인데 시청자 반응에 따라 추후 정규방영 여부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SBS호 (號)' 를 진두지휘하는 안국정 TV제작본부장 취임 후 첫 파일럿 프로그램 (정규편성 이전의 시험프로) 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가 앞으로 쏟아질 말초적 재미를 노리는 선정적 오락물의 첫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주.월간지 기자들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소문을 추적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목적" 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

하지만 과연 '카더라' 를 '실제 이렇더라' 로 결론내릴 수 있을까. 다수 패널의 등장, 자극적 자막사용 등 다루는 기법 역시 '눈요깃거리' 이상을 노리는 것 같지 않다.

'화제는 되지만 확인불가능한' 소문의 속성을 최대 활용해 '화제는 되지만 책임은 회피할 것' .제작진이 행여 이런 궁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SBS 프로가 걱정스럽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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