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철의 증시레이더]자신 없을때는 쉬는 것도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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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개별종목 위주의 발빠른 매매를 통한 유동성 확보" 가 모증권사가 추천하는 이번주 투자전략이다.

요컨대 아직은 시장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개별 재료를 중심으로 단타매매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투자 격언중에 "자신이 없으면 쉬어라" 는 말대로 차라리 쉬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매일 약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증권사들이 이런 저런 재료로 '잡주 (雜株)' 를 권한다고 해서 살 필요는 없다.

실제로 펀더멘틀 (경제의 기본여건) 을 중시하는 분석가들은 증시여건을 여전히 나쁘게 보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문제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또 정부가 '경기부양' 에 나설거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주식시장을 부추기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돈을 푼다고 해서 경기의 핵심인 설비 및 건설투자가 되살아날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일본이 공공자금을 붓고 세금을 감면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경기가 꿈쩍않는 것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큰 차이가 없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주머니를 움켜쥐고 쓰질 않는다.

현금확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잘 사는 사람, 규모가 큰 재벌일수록 한술 더 뜬다.

허기야 나라 안의 경제는 무너져 내리는데 나라 밖의 여건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으니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쨋거나 설비투자는 1분기 - 40.7%에 이어 2분기에도 - 52.4%를 기록했고 민간소비는 1분기 - 10.6%, 2분기 - 12.9%를 각각 기록했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욱이 좀 쓰면 과소비라고 비난이 쏟아지니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어느 외국인 분석가는 "진짜 써야 할 때 쓰지 않는다" 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렇다고 이를 타개할 리더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30년간 단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 자신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이번 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다" 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주식은 이상하리만큼 잘 버티고 있다.

한국은 지난 3개월동안 일본.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12개국중 달러기준으로 주가 하락폭이 가장 작았던 국가였다.

이것은 물론 한전.포철.삼성전자와 같은 지수 영향력이 큰 우량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외국인들이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 점을 불안해 한다.

신흥시장중에서 그래도 한국만한 시장이 있느냐고 애써 자위하지만 '홍콩의 버티기' 가 실패라도 하는 날이면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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