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과외 주범 김영은씨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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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파만파 (一波萬波) 의 파장을 던지고 있는 '족집게' 고액과외 사건의 주범으로 1차 조사 후 잠적한 한신학원 원장 김영은 (金榮殷.57) 씨는 교통경찰 출신으로 10여년간 수시로 장소를 바꿔가며 부유층 자녀들을 상대로 불법 고액과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청소년 축구대표를 지낸 金씨는 대표선수 특채로 60년대초 경찰에 입문했다가 80년대초 종로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 재직 당시 금품수수 문제로 옷을 벗었다.

이후 중.고교 영어교재 테이프 판매에 나서면서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엔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중.고교 교사들과의 인연을 쌓으면서 고액과외 사업의 길을 닦았다.

당시 金씨는 '한번 선전으로 테이프 1백세트를 팔아치우는' 유능한 세일즈맨으로 통했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서울지역 교사만 6백여명. 金씨가 강사 등을 모아 처음 고액과외 학원을 차린 것은 80년대 중반 서울 마포에서였다.

이후 89년 서울강남구논현동으로 학원을 옮겼고 93년 여의도, 96년 방배동을 거쳐 지난해 현재의 서울강남구청담동에 학원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93년 여의도 시절 검찰에 적발돼 구속되기도 했다.

金씨는 교사들로부터 과외학생을 소개받을 경우에도 '뒤탈' 을 우려, 공직자를 선호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공무원이 명단에 등장했듯 金씨는 법조인.공무원.정치인을 소개해 달라고 교사들에게 은근히 요구했으며 이들 자녀들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金씨의 장부에는 80년대 이후 과외를 받은 학생 3백50여명의 명단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난 7월 중순, 한때 함께 학원을 운영한 李모 (49.여) 씨가 학원운영에 필요하다며 빌려간 땅을 金씨가 명의 변경하자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8천만원짜리 과외를 시켰던 전직 세무공무원 李모 (67) 씨가 金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바람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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