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강금실 전 장관] "너무 즐거워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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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삼성동 집을 나서고 있다. 김춘식 기자

"너무 즐거워서 미안해요. 스페인.파리 등 외국 여행도 가고 싶고…."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나 '강효리'라는 별명을 얻은 강금실(사진) 전 법무장관이 28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2월 말 첫 출근 때의 파란색 투피스가 노란색 투피스로 색깔이 바뀌었을 뿐 환하게 웃는 것은 1년5개월 전과 마찬가지였다.

강 전 장관은 "사람마다 역할이 있는데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해서 왔고, 이제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물처럼 흐름을 타는 게 좋다"며 '야인'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판사 출신의 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서 그는 숱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검찰 인사 개혁'을 외쳤다.

측근들은 "검사들이 선호하는 보직과 기피하는 보직을 섞어 '온탕. 냉탕'을 오가도록 하는 순환보직제를 도입해 검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검찰 조직과 마찰음을 냈다. 지난해 9월에는 대검찰청이 갖고 있는 감찰조사권을 법무부로 가져가는 것을 놓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했다. 한총련 간부와 송두율씨 사법처리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밖에도 지난 3월 검찰이 탄핵반대 촛불집회 주동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보고를 누락한 것과 관련해 조사에 나서려다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당시 대검은 민변 출신인 강 전 장관이 몇몇 공안사건 처리 과정에서 재야단체 등의 입장에 서왔던 것을 의식,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사후보고만 했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직후 '검찰 개혁'을 내세워 중수부 폐지 입장으로 기울었다가 또 검찰의 반발에 부닥쳤다.

일부 법무부.대검 관계자들은 "강 전 장관이 톡톡 튀는 언행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법 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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