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 진료' 무면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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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한의사가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사용하면 합법인가 불법인가.

▶답:불법.

이것이 오답이라며 한의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 한방병원이 직접 CT를 사용하다 적발되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기 위한 보조 수단인데 왜 막느냐는 주장이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A한방병원이 CT를 사용하다 관할 보건소에 적발돼 지난 4월 3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경찰에 고발됐다. 한방병원들은 대개 방사선과 의원과 협력해 CT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방병원이 직접 CT를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A한방병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정부는 한의사의 CT사용이 진료 영역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면허 진료라고 보고 있다. 물론 현행 의료법에는 한의사가 CT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정부는 몇 가지 조항을 근거로 유권해석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역할을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무면허 의료로 간주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통념이나 상식에 비춰 한의사가 CT를 사용하는 것을 한방의료로 볼 수 없다"면서 "이는 한의사의 업무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료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와 한의사 사이에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 일이 잦아지면서 논란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은 "CT는 명백한 양방 의료기기인데 한의사들이 이를 사용하려 한다면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따로 둘 이유가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 양인철 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료기기를 인가할 때 의사와 한의사 용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한방병원 관계자도 "CT를 이용해 진단을 정확히 하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데 왜 막느냐"고 반박했다.

한의사협회는 2000년 초음파나 혈액 검사를 건강보험에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복지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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