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스스로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국가의 경쟁력은 대학 경쟁력에서 나온다. 나라마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중앙일보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그제 대학 경쟁력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교육포럼’에 제시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전국 교수 366명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국제적 수준과 격차가 있다”고 응답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조사에서도 한국 대학 교육의 경제사회요구부합도는 전체 57개 국가 중 51위에 그쳤다. 한마디로 대학 교육의 국제경쟁력이 꼴찌 수준이란 얘기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다각적이어야 한다.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재정을 확충해야 하며, 연구·교육역량 혁신과 국제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수준 미달의 대학을 걸러내는 구조조정을 병행하지 않으면 대학 전반의 경쟁력은 요원하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이 포럼에서 “고교 졸업자보다 대학 정원이 많아지면서 최소한 50여 개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 총장은 “정부가 칼을 빼들기 전에 대학 스스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때마침 교육과학기술부가 얼마 전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교과부의 ‘부실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대학이 먼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력 없는 전공과 정원은 과감히 없애고 강점 분야를 특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독자생존이 어렵다면 스스로 대학 문을 닫는 게 옳다. 정부도 문 닫는 대학의 잔여재산을 공익·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자발적 퇴출 경로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학교육 재정 부담률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부실 대학 연명을 위해 나눠주기식 재정 지원을 계속할 여유가 없다. 이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부실 대학 스스로 용단을 내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