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행 때문에 국회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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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는 20일 하루종일 뒤죽박죽이었다.

한나라당 이신행 (李信行) 의원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었다. 한나라당은 李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회기 연기 등 갖가지 궁리를 동원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체포동의안을 내겠다고까지 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여야 총무단은 결국 민생법안 처리를 명분으로 24일부터 제196회 임시국회를 다시 열기로 일단 합의했으나 각기 생각이 다른 만큼 회기를 비롯한 운영 일정.방향을 쉽게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임시국회 재소집 논쟁 = 임시국회 재소집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초청으로 20일 밤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자 만찬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朴熺太) 총무의 요청을 金대통령이 받아들여 일단 큰 윤곽은 잡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일정 논의는 답보상태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이신행의원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시국회 재소집을 요구한다" 고 계속 물고 늘어졌다.

한나라당은 차마 '이신행의원 때문' 이라는 말은 못한 채 충분한 국정논의를 이유로 둘러댔다.

여야 수석부총무들은 회기를 2일까지 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이번엔 상임위별 소위원장 배분을 놓고 또다시 입장이 맞서 최종 일정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상임위 = 재경.환경노동.행정자치.산업자원 등 8개 상임위를 열었지만 대부분 실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기당 총재 경선 후보들의 출정식에 참석하느라 뻔질나게 자리를 비웠고 공무원들만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환경노동위에선 현대자동차 노사대립의 해결방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나와 노동부의 무대책을 성토하는 등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김문수 (金文洙.한나라당) 의원은 "과거 대형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노동부가 주도적으로 중재에 나섰으나 이번엔 노사정위원회나 국민회의가 이를 대신하는 것 같다" 며 노동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방용석 (方鏞錫.국민회의)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태는 민주노총과 재벌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며 "노사자율에 의해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서훈 (徐勳.한나라당) 의원은 "원구성이 된 이상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 며 "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중재에 나서자" 고 주장.

이에 대해 같은 한나라당 이부영 (李富榮) 의원 등이 지지하고 나섰으나 권철현 (權哲賢) 의원은 "해결책을 갖고 내려가지 않으면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며 신중한 대처를 강조했다.

환경노동위는 격론끝에 한나라당 김문수의원을 이날중 울산 현지에 파견, 상황을 파악한 뒤 21일중 현지 방문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김종혁.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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